1999년 가을, ‘한국을 빛낸 발레 스타’ 공연에서 강수진과 로버트 튜슬리의 2인무로 ‘카멜리아 레이디’(동백꽃 여인)의 3막 일부가 7분간 소개됐다.간절하면서도 절망적인 사랑의 격류를 온 몸으로 표현하는 강수진을 보면서 관객들은 숨이 멎는 듯한 황홀함을 느꼈다.
지독히도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쇼팽의 발라드 선율을 타고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빠르게 펼쳐지는 몸짓에 실린 절절한 드라마는 보는 이의 가슴에 불에 덴 듯한 자국을 남겼다.
강수진(35). 발레 팬들은 그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그가 속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30, 31일 저녁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카멜리아 레이디’ 전막을 선보인다.
강수진의 내한 공연은 여러 차례있었지만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함께 오기는 94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8년 만이다.
이 작품은 현대 발레의 거장 존 노이마이어(60ㆍ독일 함부르크발레단 예술감독)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원작 소설을 쇼팽의 피아노 음악으로 안무한 작품이다.
99년 강수진에게 발레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 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78년 초연했으며 전세계 독점 공연권을 갖고 있다.
노이마이어는 매우 ‘발레적인’ 고전적 취향의 안무가로 꼽힌다. 오늘날 발레는 갈수록 현대무용 쪽으로 기울고 감정을 배제한 채 주제 또는 몸짓 자체에 열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그의 작품은 발레의 기교와 정서를 기본틀로 갖고 있으며, 음악에 맞춰 구체적이고 극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낭만적 요소를 강조한다.
그는 음악적 감수성이 특히 뛰어나서 ‘카멜리아 레이디’만 보더라도 쇼팽의 음악이 마치 이 발레를 위해 작곡된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안무가의 컴퍼니’ ‘드라마틱 발레의 온상’으로 알려진 세계적 발레단이다.
모든 재능 있는 안무가와 무용수에게 문호를 활짝 여는 정책으로 지리 킬리안, 노이마이어 등 우리 시대 최고의 안무가를 배출했으며, ‘발레의 유엔’으로 불릴 만큼 단원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1609년부터 시작되는 이 발레단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은 장 조르주 노베르와 존 크랑코다.
18세기 발레 혁명가인 노베르는 연극이나 오페라의 부속물로 취급되던 발레를 독립시켜 오늘날의 발레를 가능케 한 주역이다.
발레 독립을 외치다 파리에서 쫓겨난 그는 1759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와서 비로소 꿈을 이룬다.
크랑코는 이 발레단을 세계적으로 부상시킨 안무가다. ‘드라마틱 발레의 완성자’인 그는 1960년부터 73년 사망할때까지 이 발레단 예술감독을 맡아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 등 여러 명작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이 발레단의 핵심 레퍼토리가 됐다.
강수진은 19세 때인 86년 최연소단원으로 입단했으며 군무와 솔리스트를 거쳐 96년 무용수로는 최고의 지위인 프리마 발레리나가 됐다. (02)399-1770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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