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올 정기 임원인사에서 연공서열식 승진 관행이 사라지고, 경영실적 평가에 따라 울고 웃는‘성과 중심’인사가 자리잡고 있다. 13일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막을 연 올해 대기업 임원인사에서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 파격적인 경영진 개편보다는안정기조와 사업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적이 부진하거나 고령인 임원을 2선으로 퇴진시키고 젊은 임원을 전진 배치하는 실속다지기에 초점이 맞춰질전망이다.삼성, 안정기조
13일 단행된 삼성 인사에서는 경영성과가 좋거나 실적이 예년보다 대폭 개선된 전자계열사와 카드ㆍ캐피탈, 중공업 등은다른 계열사보다 총 승진규모와 신임임원 선임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또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장단 대부분을 유임시켜 안정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하면서도,승진자의 평균연령도 46.3세로 작년(47.3세)보다 1년 정도 낮아져 보다 젊은 인물들이 전진 배치됐다. 삼성 관계자는 “상무승진(131명)이 역대 최대 규모로 디지털 경영시대를 주도할 젊고 참신한 차세대 경영자 층을 두텁게 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겠다는포석”이라며 “실적이 부진하거나 고령인 임원은 자연스럽게 물러날 것”이라고말했다.
■LGㆍSK, 임원수 축소
LG와 SK는 2월 중순~3월 초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등기 임원과 비등기 임원 인사를 동시에실시할 예정이다. LG는 철저한 개인별ㆍ부문별 성과에 따라 인사를 실시키로 했으며 승진규모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LG관계자는 “연구개발(R&D)및마케팅 분야, 중국사업 부문의 중용이 예상되지만 승진규모는 지난해(130명)보다 줄어들고 전체 임원수도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올 인사에서처음으로 개인별 성과측정 모델인 KPI(Key Performance Index)지수를 도입, 실적과 전략 등을 종합 평가해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승진인사 규모도 지난해 120명보다 다소 줄어든 10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ㆍ포철 대거 승진예상
이달 25일을 전후해 임원인사를 단행할 현대차그룹은인천제철ㆍ하이스코 등 철강계열사의 CEO교체에 따른 부사장급 이하 후속 승진 및 보직변경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린 자동차계열사의경우 경영진 개편 없이 국내외 영업부문과 마케팅부문의 대거 승진이 예상되고 있다. 포철도 올해 승진자 수를 2배로 늘려 인사적체를 해소할 계획이다.
이밖에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한 금호그룹은 승진 23명 중 중국과 타이어 부문 임원들이 대거 승진했으며도레이새한도 지난해 섬유부문 흑자를 이뤄낸 임원 3명을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기업들의 실적 중심 인사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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