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 공룡기업 엔론사의 로비 대상이 된 인맥이 미 정ㆍ관계 대부분이 포함될 만큼 광범위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엔론 스캔들을 둘러싼 싸움도 현 정권과 전 정권, 여당과 야당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조지 W 부시 정부 및 공화당과의 유착관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 언론들은 12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의 전 정권 시절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을 폭로했다.
또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이 미 상ㆍ하원의원 대부분에게 전방위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해온 사실도 잇달아 드러나 여야 모두가 스캔들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민주당 관계자 관련설
워싱턴 타임스는 12일 엔론사가 1990년대 중반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인도에서 추진중이던 발전소 사업을 지원해 주도록 청탁하고 그 대가로 10만 달러를 민주당에 헌금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엔론사의 관계자들이 맥라티 전 백악관 비서실장을 직접 만나 30억 달러 규모의 인도 발전소사업에 관해 협의했다”면서 “이 협의는 95년 11월22일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맥라티 전 비서실장에게 친필메모를 전달한 후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당시 백악관측이 뉴델리 주재 미 대사관을 통해 엔론사 사업의 진전상황을 점검했었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정권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현 시티그룹 중역의 경우 파산위기에 처한 엔론사 구명에 직접 관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부의 미셸 데이비스 대변인은 11일 루빈 전 장관이 피터 피셔 국내 금융담당 재무차관에게 지난해 11월 8일 전화를 걸어 “신용평가기관들이 엔론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도록 채권 은행단이 이들 기관과 협력토록 조치해줄 것을 피셔 차관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이에 대해 피셔 차관은 그런 조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고말해 현 정부가 전 정권 인사의 ‘청탁’을 거절했음을 시사했다.
■미 의원 상대 전방위 자금지원
하원의원의 절반과 상원의원의 4분의 3이 엔론사 경영진들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89년이후 580만달러로 집계된 엔론사의 정치헌금은 73%가 공화당에, 나머지 27%는 민주당에 뿌려진 것으로 집계됐다. 언론들은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한 여론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적 득실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터저나온 정치스캔들이라 여야 모두 사활을 건 대결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은 이번 엔론사태가 대(對) 테러전이 진행중이고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불거져 나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감을 갖고 있다.
마이크 맥다니엘 인디애나주 공화당 의장은 "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선거운동과정에서 이슈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책 강구를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와 공화당이 반격을 개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루빈 전 장관의 연루의혹이 재무부의 직접 발표로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도 클린턴 전대통령 관련설등이 터져나오자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11일 “민주당이 백악관을 직접 공격하는 전략은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대신 엔론의 파산으로 손실을 본 직원과 투자자들에게 동정을 보내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윤승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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