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1.'국제 금융계에서 일본과 한국의 영향력 차이는 이 숫자로 대변될 수 있다.
183개 국가로 구성된 국제통화기금(IMF)은 회원국이 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이 나라마다 다른데 한국은 전체의 0.77%인 반면 일본은 그8배인 6.16%이다.
이 같은 투표권 차이 때문일까.
올해 세계경제 전망을 설명하기 위해 10일 기자회견을 가진 찰스 아담스 IMF아태지역 부국장은 한국에 대해 여전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하면서도, 구조조정 대신 '엔저'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일본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엔저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아담스 부국장의 발언이 나가던 그 순간 모건 스탠리는 엔저가 아시아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제 금융계에서 한국이 겪는 약자의 설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S&P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들떠있던 지난해 11월말에는 S&P의 경쟁업체인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고 통보해 정부를 당황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먼저 올린 데 대한 일종의 화풀이였으며, 무디스도 결국 일주일 뒤에는 등급 전망을 높여 줬다"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나라는 국내 금융기관의 역량 부족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가 넘는 우량 채권을 해외에서 발행하면서도, 외국 투자기관에 엄청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1997년 국제 금융계의 흐름에 뒤쳐져 외환위기를 맞은 지 4년.
우리는 스스로 "그동안 많이 변했다"고 믿고 있지만IMF나 무디스의 사례는 '힘의 논리'가 통하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변두리 국가'일 뿐이라는 현실을 일깨우고 있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