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상승국면을 보이는 상황에서 내수부양 드라이브를 지속할 경우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다.’(전경련)‘수출과 투자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과잉 부양론은 어불성설이다.’(재경부)
경기에 군불을 지피는 경기부양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가 새해부터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전경련은 국내 경기는 지난해 말이후 바닥을 쳤으며, 내수활성화 정책을 고수할 경우자칫 과열이 우려된다며 거시경제정책의 탄력적인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재경부는 지난해이후 줄기차게 내수촉진을 촉구해 온 재계가 급작스레 경기과열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지’라며 공박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전경련.
전경련은 지난 10일 회장단회의에 제출한 최근 경기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이후 적극적인 내수부양으로 최근 건설경기와 서비스업이 호전되고 있다”면서“올해 월드컵경기와 대선, 지방선거 등 2대선거까지 겹쳐 경기는 그냥 놔둬도 활활 탈 가능성이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 강남권 등 일부지역의 부동산경기가 과열양상을 빚고, 증시로 부동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에서 재정의 65%를 상반기에 집중투자하는 등 경기를 띄우기 위한 풀무질을 계속할 경우 물가불안, 부동산값 및 금리상승 등 적지않은 후유증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경련 김석중(金奭中) 상무는 “미국경기가 테러전쟁 후유증 해소와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조기에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우리 수출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책 일관성에 집착해 자칫 냄비경제를 달구는 총수요 진작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말했다.
정부산하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발표한 ‘2001년 12월 경제동향’자료에서 전경련의 경기저점 통과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KDI는 “지난해 11월 산업생산의 증가세 반전, 재고감소, 반도체가격 급등을 비롯,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조짐을 감안할 때 경기가 바닥을 쳤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첫 세일을 실시한 서울시내 주요백화점들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50~60%나 급증하는 등 소비심리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전경련은 따라서 “하반기이후 나타날 경기과열을 식히기 위해선 예산집행의 속도를 조절, 정상적으로 집행하고,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집중배정된예산을 다른 부문으로 전용하는 등 거시경책기조를 180%바꿀 수 있다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판단은 시기상조”라며 재정의 조기집행 등 기존 정책방향을 고수하겠다고 맞받아 치고 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경기가 상반기 중 회복될 가능성이 불투명해 국내수출 및 투자도 이기간 중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은 과열을 염려할 게 아니라 경기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고밝혔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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