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상희(李祥羲) 의원이 패스21 설립자 윤태식(尹泰植ㆍ44ㆍ구속)씨로부터 금품을 받은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강창희(姜昌熙) 전 과기처 장관이 윤씨를 만난 사실도 드러나 정치권이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쓸릴 전망이다.일단 검찰은 2000년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방문단에 패스21이 포함된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국내 벤처기업들은 국회 과기위원들과의 동반 미국행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는 게 벤처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패스21 감사인 김현규(金鉉圭) 전 의원은 검찰에서 “2000년 11월 윤씨와 함께 국회의원 회관에서 이 의원이 ‘기술은 좋은데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으니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라’며 같은 달 24일 미국 실리콘 밸리 방문단에 패스21이 포함되도록 주선했다”고 진술, 이 의원의 ‘호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만일 이 것이 금품의 대가라면 대가성이 입증된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비용을 누가 댔는가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며확인작업에 나설 방침임을 시사했다.
윤씨가 이 의원 뿐 아니라 국회 과기위원 전반에 로비의 손길을 뻗었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과기위는 태생적으로 벤처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윤태식 게이트’ 발생 초기부터 곱지 않은 눈총을 받아왔다.
여기에 ▦윤씨 등이 과기위원들의미국 체제비용을 부담한 사실 ▦의원들의 패스21 기술시연회 참석 ▦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의원의 패스21 주식 보유사실 ▦2000년 12월 이 의원이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 의원과 함께 윤씨 회사를 방문한점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윤씨를 만난 배경도 의문이다.
98년 3월~99년 3월이라는 강전 장관의 재직시기는 묘하게도 김 전 의원이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던 때와 겹쳐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윤씨가 지폐감식기라는 사기수준의기술을 가지고 강 전 장관을 만난 배경에도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실 직원이었던 김모씨가 박준영(朴晙瑩) 전 국정홍보처장과 윤씨를 연결시켜준 배경도 주목거리다.
김씨는 윤씨의 친구인 이모씨와 한때 같은 회사에 근무한 인연으로 윤씨를 알게 된 뒤 그를 공보수석 보좌관인 정모씨에게 소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우에 따라서는 윤씨가 김씨를 매개로 공보수석실 ‘윗선’에까지 주식을 살포한 단서가 포착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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