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김 피살사건’에 대한 경찰내사 중단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과 김승일(金承一) 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에대한 첫 공판이 11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최병덕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으나 내사중단 과정을 둘러싼 두 사람간 진술이 시종 엇갈렸다.김 전 국장은 검찰 신문에서 “2000년 2월 모 방송사의 수지김 취재 및 경찰 내사사실을 알고 엄익준 (嚴翼駿)당시 차장에게 보고한 뒤 ‘사건공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경찰청장에게 전달하라’는 지시에 따라 같은 달 15일 이 전 청장을 찾아가사건 전말을 설명하면서 수사를 중단해달라는 뜻을 전달해 ‘알겠다’는 답을 받았다”며 공소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그러나 이 전 청장은 “15일 김 전 국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나 당시 ‘경찰개혁 100일 작전’ 등 관계로 매우 바빠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고 ‘실무자와 상의하라’고만 하고 보냈다”며 반박했다.
이 전 청장은 또 “수지김 사건의 내용은 퇴임 후인 작년 11월 하순에서야 알았다”며 “13년간 사건을 은폐해온 국정원 인사들이 이번에도 말을 서로 맞춰 경찰이 알아서 사건을 넘겼다고 ‘물타기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국정원측에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이 전 청장은 검찰의 구체적인 신문에는 “15만경찰 관리자가 그런 것을 어떻게다 알겠느냐”고 되받는 등 시종 당당한 자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