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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이젠 누가 지키죠"…'마지막 보루' 보존본부 재정난 존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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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이젠 누가 지키죠"…'마지막 보루' 보존본부 재정난 존폐 기로

입력
2002.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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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은 어려울 것 같아요.’ 동강(강원 영월ㆍ평창군)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였던 동강보존본부가 극심한 재정난을 견디지 못해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1999년 동강영월댐 건설반대를 위해 지역 출신 엄삼용(嚴三鎔ㆍ36)씨 등이 댐 인근에 세운 동강보존본부는 환경운동연합 등과 더불어 댐을 백지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단체.

보존본부는 댐 백지화 이후에도 현지에 남아 지난해 물고기 떼죽음, 녹조 발생, 난개발 등 환경파괴를 낱낱이 고발하는 등 ‘화려한’ 활동으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줄곧 극심한 빈곤에 허덕였다. 지난달 1명 남은 유급 간사가 오랜 체임 끝에 본부를 떠난 데 이어, 다음달이면 월세 15만원을 못내 보증금을 갉아먹고 있는 사무실마저 비워줘야 할 형편이다. 각종 공과금도 오래전부터 밀려 있다.

보존본부가 밝힌 그동안의 살림살이는우리나라 영세 시민단체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총 활동비 월 70만원, 간사 급여 60만원, 임대료와 공과금 25만원 등 월 150만원이면충분했지만, 고정 수입은 회원 70여명이 매달 보내오는 40만원이 전부였다.

월급 없이 맨 주먹으로 봉사하는 사무국장 엄씨가 여름철에는 환경부로부터 환경감시단원으로 선정돼 월 100만원 가량의 ‘부수입’이 들어올 때면 그나마 형편이 나아질 때다. 대형 시민단체의경우 일년에도 수차례씩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해 수백~수천만원씩 비고정 수입이 들어오지만 보존본부는 그런 ‘혜택’도 누리지 못했다.

“머지않아 전기와 전화도 끊길 판이에요.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보존본부의 간판을 내려야할 것 같아요.” 아주대를 졸업하고 튼실한 외국계 기업을 다니다 3년전 사표를 내고 동강 보존을 위해 몸을 던졌던 엄씨 마저 11일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엄씨를 힘겹게 만든 것은 재정난뿐만이 아니다. “고향 선후배인 지역민들은 보상 없는 개발 제한 정책에 대해 저 때문이라고 손가락질 합니다.

공무원들 역시 난개발 등으로 질타를 받으면 우선 저를 지목하죠.” 그래도 엄씨를 다시 힘솟게한 것은 환경학습을 위해 본부와 홈페이지를 찾는 전국의 고사리손들. “어떤 동물이 사나요” “동강을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어린이들이 가장 큰 원군이었다.

그러나 엄씨는 못내 아쉬움과 아픔이 남는다. 최근 동강 상류에 초대형 스키리조트가 추진되고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둘러싼 정부와 지역 개발업자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등 동강 보존활동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 품 처럼 포근한 동강에묻혀 결혼까지 잊었다는 ‘수달 총각’. 그는 “간판을 내리더라도국민의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낸 동강 파수꾼으로 남는다는 각오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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