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돈을 피워라 / 타라 파커-포프 지음 / 박웅희옮김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아예 담뱃갑에 “담배는 사람을 죽인다”는 경고문을 박는다.
담배는 공공의 적으로 규탄받고 있다. 미국 담배회사들은 천문학적 액수의 배상금이 걸린 흡연 피해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해 들어 우리나라의 금연 열풍도 거세다. 코미디언 이주일이 담배 피우다 폐암걸렸다는 소식이 애연가들에게 한 방 날렸다.
내달부터 담뱃값이 오르고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금연이 실시될 예정이어서, 담배는 갈수록 코너에 몰릴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협하고 규제해도 담배회사는 망하지 않고, 담배산업은 여전히 고수익 성장산업으로 남을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타라 파커-포프는 담배산업을 해부한 책 ‘담배, 돈을 피워라’에서 그렇게 진단한다.
흡연자가 사라지지 않는 한 담배회사들은 어떤 역경도 뚫고 나갈 것이며, 투철한 상술을 발휘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본다.
“지난 500년 동안 흡연자들과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적들에게 고문당하는 것은 물론 죽는 것까지도 사양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몇 사람의 변호사들과 정치인들과 엄습하는 중병의 위협이 이 산업이나 흡연 습관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담배 전쟁의 싸움터에서 연기가 걷혔을 때 최후의 생존자는 담배를 입에 문 흡연자일 것이다.”
흡연 규제 정책이나 소송도 치명타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 담배에 매기는 세금이 얼마나 큰 수입원인데 어느 정부가 이 황금알 낳는 거위를 죽이겠냐, 소송에 걸린 담배회사들도 배상금을 지불함으로써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고 장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담배산업의 역사와 특성부터 필립 모리스 등 담배 거대기업의 내력과 시장전략, 최근의 담배 소송에 이르기까지 담배산업의 전모를 밝히고 있다.
콜럼버스가 유럽에 담배를 가져온 15세기 중반부터 오늘날까지 담배가 숱하게 공격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담배기업들이 어떻게 번창해왔는지 속도감 있는 문체로 흥미롭게 서술한다.
담배산업에서 볼 때 한국은 ‘약속의 땅’이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남성 흡연률(1998년기준)은 64.1%로 경제협력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위다. 금연 바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담배 판매액은 전년보다 15.1% 증가한 5조 2,800억 원을 기록했으며 98년 4.9%에 머물던 외산 담배 점유율도 17.6%까지 올라갔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은 더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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