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지난해 말 파산한 엔론사 경영진의 범죄행위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 에너지 공룡기업의 조지 W 부시 정권에 대한 로비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미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9일 “형사담당부서가 이끄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했으며 이 팀은 휴스턴,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의 연방검사들로 구성돼 있다”고밝혀 수사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수사는 케네스 레이 회장을 비롯한 엔론사 중역들의 배임과 주가조작 및 장부외 거래등이 초점이다. 주가가 절정에 달했을 때 주식을 팔아 10억달러 이상을 챙겼으나 직원들에게는 자사주식 매각을 금지함으로써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이다.
법무부는 또 엔론사가 경영실적을 부풀린 뒤 다른 기업들과 제휴관계를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사기행위를 범했는 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올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 정권 초유의 정경유착 스캔들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론사는 부시 대통령에게 거액의 정치헌금을 거듭해오고, 심지어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로비력을 행사해온 기업으로공인돼 있기 때문이다. 엔론사의 비리에 대해서는 이미 미 의회를 비롯, 증권거래위원회(SEC), 노동부가 각각 조사를 진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딕 체니 부통령과 그가 이끌던 에너지정책 개발그룹 멤버들이 파산직전 엔론사 간부들을 여섯차례나 만난 사실이 드러나 백악관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소속 헨리 왝스먼(민주당ㆍ캘리포니아)의원은 8일 백악관이 보내온 서한을 토대로 지난해 10월 중순 체니 부통령측과 엔론사 대표들이 마지막으로 만난지 6일후에 엔론은 파산의 전 단계조치인 12억달러의 주주지분 감소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레이 회장 등이 백악관측에 막판 구명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간접 시사하는 것으로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조지프 리버만 상원 엔론사 사태 특별조사위원장도 “부시정부가 지난해 입안한 친 기업적 에너지정책에 레이 회장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며 “초고속성장과 의혹투성이의 파산과정 모두가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1985년 석유거래업을 주업종으로 부시가문의 텃밭인 텍사스 휴스턴에서 설립된 엔론사는 전력, 목재, 천연가스 등으로 확장을 거듭, 매출액 기준으로 최대 에너지 기업, 미국의 7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부채 등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 지난해 12월 파산을 신청했다. 당시 부채총액은 131억 달러로 미 연방파산법 시행후 최대규모였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레이 엔론회장은 부시와 죽마고우"
워싱턴 정가에선 조지 W 부시(55)대통령과 케네스 레이(60)엔론사 회장을 죽마고우라고 부른다.
레이 회장은 텍사스의 에너지 개발업자 신분으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후원해 부시 가문과 연을 맺었다. 부시 대통령과도 정계 입문 전부터 친밀해 95년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되기 전인 93년부터 정치 헌금을 제공해왔다.
부시는 당선후 레이회장을 유력한 재무부 장관후보로 검토하기도 했었다. 주지사 선거시절부터 기부한 정치헌금은 62만 3,000달러이며, 이와 별도로 대선 기간중 10만달러를 별도로 모금하는 등 200만달러 가까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가 부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부인도 대통령 당선 축하연회에 10만달러를 별도 기부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주지사 시절부터 전력공급 규제완화와 감세조치를 취해 엔론사의 고속 성장을 도왔다. 97년에는 당시 펜실베니아 주지사였던 톰 리지 국토안보국장에게 전력사업 입찰을 지원해주도록 전화를 걸기도 했다. 백악관 참모 등 부시 인맥도 엔론사와 인연이 깊다.
로런스 린지 경제보좌관은 2000년 엔론사 자문을 해주고 5만달러를 받았으며, 칼 로브 백악관 정치담당 고문은 지난해까지 엔론사의 주식을 25만달러어치나 보유했다.
딕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도 엔론사의 주식을 보유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윤승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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