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으면 세상이 발 아래에 있다. 한바퀴 회전하면 순식간에 세상이 뒤집어지고, 온몸이 땀으로 젖기 시작할 때쯤이면 답답했던 가슴도 후련해진다.’경력 3년째로 접어든 스노 보드 마니아 박진미(20ㆍ고려대1)씨가 겨울이면 어김없이 스노 보드에 몸을 싣는 이유다. 펑퍼짐한 힙합풍의옷을 입고 마음껏 설원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자유인이 된 듯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했지만 좀처럼 재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때 우연히 스노 보드를 타본 후 스노보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박씨는 이후 “스키는 시시해서 못타겠다”면서 보드 마니아가 되었다.
“스키가 틀에 박힌 동작을 되풀이해야 하는 반면 보드는양 방향 회전이 가능하고 뒤로도 탈 수 있어요. 고난도 기술이지만 점프와 공중제비도 할 수 있죠. 스키에 비해 훨씬더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동작을 즐길 수 있습니다.”
더구나 스키처럼 바람을 안고 가지 않고 가르며 탈 수 있기때문에 몸으로 느껴지는 속도감이 스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박씨는“두 발을 타고 올라오는 짜릿함이 머리 속까지 가득차면절로 탄성이 나온다”고 말했다.
길이 130~170㎝ 판 하나에 두 발이 묶인 채 균형을 유지하며 급경사를 곡예하듯 미끄러져 내려오는 스노 보드는 1950년대 말 미국 산악지방에서 스키 두 짝을 하나로 묶어서 타기 시작한 것이 유래.
국내에는 90년대 중반부터 들어왔지만 사고 위험때문에 한때 ‘슬로프의 무법자’라는 악명을 얻으며 스키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자리잡았다.
입문 초기에 하도 많이 넘어져서 겨울철이면 무릎이 온통 상처 투성이로 변하는 아픔을 치른 후 이제 프로급 수준에 오른 박씨는 올겨울부터 홍천 대명 비발디파크 스키학교에서 스노 보드강사로 일하면서 좋아하는 보드를 마음껏 타고 있다.
박씨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한다”면서 “스노 보드는 두 발이 묶여 있기때문에 발목과 무릎 부상의 위험이 스키보다 크다. 처음부터 기초 자세를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본장비
스노 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발을 올려 놓는 보드와 부츠, 부츠와 보드를 연결해주는 잠금 장치인 바인딩 등을 기본적인 장비로 갖춰야한다. 보드의 가격은 기능별로 다양한 데, 초보자용은 20만~50만원대, 고급자용은 80만~100만원대. 초보자는 중고품을 구입해도 되지만, 마모도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스를 세워서 보드 끝이 자신의 코와 입 사이에 오는 것이 자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
■옷차림
스노 보드는 스키보다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이라 방수 통풍이 잘되는 옷이 좋다. 스키보다 움직임이 크므로 몸에 꽉 붙지 않고 헐렁한힙합 스타일의 옷이 좋으며 면으로 된 옷은 땀과 습기가 마르지 않으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 초보자는 수도 없이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다칠위험이 많은 만큼 헬멧과 장갑은 물론 손목ㆍ무릎ㆍ엉덩이 보호대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낙법부터 배우자
대명 비발디파크 스키학교 스노 보드 강사 배경희씨는 “스노 보드를 타기 위해서는넘어지는 요령부터 배워야 한다. 두 발이 묶여 있는 만큼 넘어지면 손목 등에 체중이 한꺼번에 실려서 심각한 부상을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이상적인낙법은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미끄러지듯 넘어지는 것. 넘어진 직후에는 머리를 들어 바닥 충돌을 피해야 하며 두 발이 하늘을 향하도록 해야 안전하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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