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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미리 가 본 월드컵도시] (2)중국인 진후아의 광주시 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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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미리 가 본 월드컵도시] (2)중국인 진후아의 광주시 탐장

입력
2002.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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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5ㆍ18 묘지에 섰다. 5만평 대지에는 푸른 무덤이 연이어 누워있었고 조용한 가운데 참배객 몇몇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중국 난징(南京)의 중산링(中山靈)을 연상케 했다. 쑨원의 무덤이 있는 이곳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많은 인파가 찾는다. 망월동묘지는 중산링보다 아담하지만 느낌은 비슷했다. 더구나 이 곳에 누워있는 이들은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라니 느낌이 남달랐다.

중국은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본선 경기를 6월4일 광주서 치른다. 그만큼 광주는 중국인들에게 의미있는 도시이다. 더구나 6월4일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텐안먼(千安門)사태가 발발한 날이기도 하다.

광주를 둘러보며 외국인과 한국인은 역시 시각이 다르구나를 실감했다. 광주시가 광주를 찾을 중국인들을 겨냥해서 생각해낸 관광지는 인근 담양군의 옛날 정원인 소쇄원(瀟灑園)과 화순의 운주사, 주자묘 등이었다. 소쇄원의 대나무밭은 좋았다. 하지만 정자가 너무 작고 낡아서 멀리까지 와서 볼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광주가 제주나 경주, 속초(설악산)와 같은 관광도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를 찾는 중국인들에게는 이런 전통적인 볼거리보다는 광주 시내를 둘러보는 관광코스를 적극 개발하라고 권하고 싶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도시를 중심으로 관광을 한다. 중국에서는 베이징(北京)이나 난징(南京) 등이 관광도시라 할 만한데 모든 관광명소가 시내와 도시 변두리에 있다. 광주시내에서 망월동묘지와 운정동의 5ㆍ18묘지,또 5ㆍ18 민주항쟁의 발상지인 도청앞 금남로를 함께 이어준다면 오히려 전통 유적보다 훌륭한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광주가 한국 민주화운동의 성지였으며 망월동 묘지가 80년 당시와 이후 학생운동 열사들의 시신이 묻힌 상징적인 장소라는 것을 소개한다면 한국의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줄 수 있을 것이다. 또 3월부터 6월까지 행사기간 동안에 시내에서 열리는 국제미술대전인 비엔날레(Biennale)도흥미로울 것 같다. 미술전시 뿐만이 아니라 각종 공연과 문화행사가 있다는데 몇십 만의 유럽인, 일본인 등이 몰려드는 국제적인 축제라고 하니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광주는 도시 자체가 매력적이다. 거리는 중국보다 조용하고 깨끗했다. 현대적이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작은 식당에도 어김없이 그림 한 두점이 걸려있었으며 금남로 앞 예술의 거리는 서울 인사동보다도 더 길었다. 문방구, 공예품 및토산품들이 듬성듬성 진열되어 있는 모습도 광주시민들의 여유있는 모습과 잘 어울렸다. 식당 주인들은 친절했고 음식은 맛있었다.

문제는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광주공항은 국제선이목요일 1회 상하이노선밖에 없다. 물론 월드컵 때면 전세기가 뜨겠지만 공항,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될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환전소는 공항에 조흥은행 출장소 하나 밖에 없었다. 게시판에는 달러와 외화의환율만 기재되어 있었고 그나마 은행은 문을 닫는 시각에 닫는다. 시내에서는 환전소를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공항엔 중국어 담당 안내원이 있었지만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안내판만 보일 뿐외국어 안내원을 찾을 수 없었다.

중국은 국제라이센스협회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해외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수없다. 결국 중국인 관광객이 광주에서 돌아다니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거리에서 대중교통 표지판을 찾기 힘들었다.

교통 표지판자체도 중국과 비교하면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외국어 표기도 잘 되어 있지 않았다. 버스노선은 한글로만 표기되어 있었다. 택시에는 외국인관광객이 탑승했을 때 통역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피커폰 전화번호도 적혀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관광객들이 대중교통편이나 택시를 이용해 경기장,행사장에 가거나 쇼핑을 다닐 수 있을까? 시청에서는 경기기간 중 셔틀버스 10대를 운영한다지만 그로써 충분할 지 걱정이 된다.

광주시내에는 백화점이 세 개나 있지만 어디에도 면세점이 없다. 면세점은 관광객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이다. 면세점이 없으면 그만큼 관광객들이 즐길 명소가 줄어드는 셈이다.

한국에서의 중국 경기 일정은 광주를 시작으로 제주(6월8일) 서울(6월13일)순으로 잡혀있다. 중국 광저우(廣州)의 한 여행사가 내놓은 견적서를 보면 한 경기 관람에만 인민폐 1만1,000위안(약 160만원)이 들고 세 경기를 다보려면 2만5,000위안(약 370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도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관람권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한다. 한 두 경기만 보는중국인들은 분명 서울관광을 끼워서 광주와 제주를 가보려고 할 것이다. 광주에만 오는 관광객들은 드물겠지만 광주에 있는 동안 중국인들이 광주의 명소를더 많이 찾아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게다가 중국 여행사들은 벌써부터 입장권을 구하지 못하는 중국 축구팬들을 위해 구정 휴가를 이용한 현지 답사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광주시는 보다 발 빠르게 월드컵을 준비했으면 한다. ※제3회는18일자에 게재됩니다.

▼필자 소개▼

진후아(金 華)

1967년 중국 산둥성(山東省) 지난(濟南)에서 태어났다. 1988년 지난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위싱(裕興)화학공장 종합설계원으로 근무했다. 1997년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 성균관대 경영학부 강사로 활동 중이다.

■중국인 아침엔 죽 즐겨

소문대로 남도 한식은 대단했다. 중국인인 내 입맛에도 딱 맞아 한 두끼먹는 음식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광주엔 중국인들이 먹을 아침이 없었다. 중국인들은 아침을 가볍게 먹는다. 특히 동북 3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국 지방에서는 아침으로 져우(粥), 만퍼우(饅頭), 요우티아오(油條) 등을 즐겨 먹는다. 져우는 우리나라의죽과 같은 것으로 패스트푸드처럼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 대표적인 아침 식사로 꼽힌다. 그러니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식당이 죽을 끓여내주는 준비를하면 좋겠다.

베이징(北京) 쓰촨(四川)등 양쯔강 이북의 북방 사람들이 즐기는 쌀죽은 바이져우(白粥)라고 불리는데 한국식 죽보다는훨씬 묽어 시판(稀飯)이라고도 한다. 만퍼우는 속이 없는 찐빵이라고 보면 된다. 요우티아오는 밀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튀긴 것.

바이져우는 쌀에 충분히 물을 부어 쌀알이 퍼질 때까지 3시간 이상 끓이면된다. 간없이 그냥 먹는데 광둥(廣東)이나 상하이(上海) 등 양쯔강 이남의 남방에서는 고기나 어패류를 넣어 끓여 먹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남방사람과 북방사람의 식성이 매우 다르다. 북방인들은 매운 것,짠 것을 잘 먹지만 남방사람들은 단 요리를 즐기며 자극적인 것을 잘 먹지 못한다. 또 남방사람들은 더운 기후에서 생활해 날 것을 먹지 않는다.끓이거나 삶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야채도 볶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는다. 북방사람들 역시 파 마늘 배추 등 볶은 야채를 좋아해 찌개류위주의 식사에 당황할 수 있다. /진후아(金 華)

■월드컵 경기장은 훌륭한 관광상품

광주 서구 풍암동 체육시설지구 안에 자리잡은 광주 월드컵경기장은 무등산을 닮은 완만한 지붕이 동편과 서편에서 마주 보고 있어 아주 인상적이었다.

전국 10개 경기장 중 100% 한국 자재와 기술을 쓴데다 지붕도 텐트가아닌 스테인리스로 만든 유일한 경기장이라고 한다. 또 인근 체육시설 내 수영장의 물을 중수처리, 잔디와 화장실 용수로 사용해 환경친화적인 면모도있다. FIFA 평가대로 입구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2층으로 연결되는 효율적 동선이나 남북으로 훤하게 트인 주변경관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경기장을 왜 닫아두고 있는 것일까. 지금 당장 아주좋은 관광상품이 될 수 있는데 말이다. 경기장에는 관람객을 안내할 자원봉사자가 없다. 경기장 사무소 2층에 있는 홍보관은 98년 만들어졌다지만 벽에 조감도와 사진 몇 장이 걸려 있을 뿐 13분짜리 영상물도 개인은 관람할 수 없다. 그곳에는 공공근로 안내원이 2명 있었지만 외국어를 전혀못해 외국인 관광객에겐 도움이 안됐다.

서울의 월드컵경기장은 완공전부터 경기장내 영상관, 전시실을 설치하고 건설현장견학코스를 마련해 관광객을 36만명이나 끌어들였다고 한다. 이중 외국인이 30%나 됐다고 들었다. 나도 지난 해 여름에 중국인 관광객 가이드로서서울 경기장을 방문했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주 좋아하며 기념품 판매소에서 열쇠고리, 티셔츠, 모자 등을 열심히 사들이던 기억이 난다.

중국에서는 벌써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의경기장이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소개글이 떠서 월드컵 입장권을 못 구하는 사람들은 그냥 경기장이라도 구경하자는 붐이 일고 있다. 광주는 이 같은 중국인 관광객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관광코스를 서둘러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경기장 좌석이 모두 파란 색이라 단조롭게 보였다. 구역마다 좌석색깔을 달리해서 입장권 색깔과 맞춰주면 입장권만으로도 좌석을 찾는 것이 편리할 텐데 말이다. 또 2층 맨 앞 좌석이 지상에서 불과 2.5m거리라훌리건이 흥분하면 쉽게 뛰어내릴 것이 걱정되었다. /진후아(金 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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