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주변 개발을 싸고 같은 이슬람권인 터키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가 해마다 성지순례(하지) 기간 중 메카 순례객들을 위해 메카 대사원 인근에 있는 오스만 투르크 시대의 요새를 허물고 대규모 숙박단지를 조성하기로 하자 터키는 이를 ‘문화학살’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사우디의 계획에 따르면 메카의 카바대 사원을 내려다보는 알-아예드 요새 자리에 향후 4년간 60억리얄(16억 달러)을 투입, 11개 동의 고층 주거빌딩과 객실 1,200실 규모의특급호텔, 무역센터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1780년 축조된 이 요새는 당시 이 지역을 지배했던 오스만 투르크가 메카와 이슬람성지를 침입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현재는 대사원 경비용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터키는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바미얀 석불을 파괴한 것에 비유하며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와 함께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스테미한 탈레이터키 문화부장관은 “이번 공사계획은 인류에 대한 범죄이며 유네스코가 이와 같은 몰염치하고 추악한 파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터키 언론들도 사우디가 자국을 지배했던 터키의 흔적을 없애려는 처사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그 동안 신정 분리를 내세운 터키와 이슬람 율법을 놓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사우디는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다.
해마다 3월(이슬람력 12월 10일 전후) 열리는 하지행사 동안 160개국에서 약 200여만 명이 몰려드는 순례객 관리에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정부는 “재건축 공사는 주권의 문제이고 터키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며 강행할 뜻을 비쳤다. 앞서 파드 사우디 국왕은 지난달 말 초기 공사를 위해 5억3,300만 달러의 예산을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하지 행사 때 대사원 주변에 4만 여 개의 텐트가 세워지면서 발생하는 혼잡을 막기위해 조치가 필요하지만 자칫 양국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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