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의 지성들 부석과 전망…비평誌 특집공습도 끝났고 아프가니스탄에 새 과도정부가 들어선 지도 벌써 3주가 됐다.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테러리스트를 ‘감싸주는’ 다른 나라로 전쟁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ㆍ11 테러사태는 이제 끝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 사태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이 사건은 앞으로 세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계간지 ‘비평’ 제6호(생각의 나무 발행)는 어느덧 우리 기억의 저편으로 물러서고 있는 9ㆍ11 테러 사건의 의미를 세계적 지성들의 성찰을 통해 재조명했다. 저마다 다른 틀과 잣대로 썼지만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을 논의의 중심에 세워 날카로운분석과 전망을 제시한 것이 흥미롭다.
독일 철학자인 울리히 벡 뮌헨대 사회학연구소장은 ‘신자유주의의 종언’이란 글에서 “자살 테러 분자들은 서구 문명의 취약점을 백일하에 드러냄과 동시에 경제의 세계화가 초래할 갈등의 조짐을 미리 맛보게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가 탈규제와 자유화, 사유화를 강요함으로써 국가의 기본의무인 안전보장을 등한시했고, 이를 노린 테러공격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테러리즘은 경제의 전지구화를 보완하는 정치 및 국가의 전지구화 시대를 열게 했다”며 “미래의 전지구화는 위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야 하며, 그 열매와 자유가 골고루 형평에 맞게 분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테러리즘의 정신’에서 “9ㆍ11 테러사태는 전지구화 그 자체를 관건으로 하기 때문에 냉전 형태의 제3차 대전에 이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제4차 대전”이라며 “세계가 전지구화 자체에 저항하기 때문에 미국이든 이슬람이든 누가 헤게모니를 잡더라도 새로운 테러리즘이 거기에 반기를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서구는 선(善)의 확장이 궁극적으로 악을 무찌를 것이라는 잘못된 환상에 빠져 있다”며 “서구적선의 전면적 확대가 그 반대급부로 폭력의 불길을 타오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충돌의 위험’이란 글에서 “더 이상 서구는 서구의 보편주의를 다른 문명에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번영의 정점에 이른”서구문명을 보전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해야 할 일을 ▲서구 국가들간의 더욱 긴밀한 협조관계 구축 ▲라틴아메리카의 서구화 ▲다른 문명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개입 자제 등으로 요약했다.
여기에는 이슬람권과 중국문화권 국가의 군사력 증강을 억제하고 일본의 중국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는 제안도 들어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미국 존스홉킨스대(국제정치경제학) 교수는 ‘우리는 여전히 역사의 종말에 서 있다’라는 글을 통해 9ㆍ11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문명의 충돌’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역사의 종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슬람 과격 근본주의는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대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결국서구 자유민주주의로 세계의 모든 문명이 수렴되는 현상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집은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 슬로베니아의 정신분석학자 슬라보예 지젝,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교수 등의 글도 함께 실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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