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양해각서(MOU), 3월중 본계약체결.’ 하이닉스 구조조정 특위와 채권단이 설정한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의 제휴협상 일정표다.양측은 현재서울에서 진행되고있는 3차 협상을 통해 당초 마이크론의 제안대로 ‘D램부문 분리매각’의큰 그림에는 의견접근을 한것으로 전해지고있다.
하지만 반도체 값이 본격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부유출 및 헐값매각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다 구체적인 가격산정이나 지불방식 등의 각론에서는 의견차가 만만치 않아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D램 등 메모리부문’ 분리매각 가닥
10일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에 따르면 마이크론측은 이번 3차협상을 통해 D램 뿐만 아니라 메모리분야 전체를 떼어내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내놓았다.
메모리에는 D램 이외에 통신용 및 휴대용 전자제품에 주로 들어가는 S램과 플래시 메모리가 포함된다.
당초 2차협상 때의제안(D램 인수안)보다는 인수범위가넓어진 셈이지만 S램과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하이닉스가 보유한 13개팹(Fabㆍ단위공장) 가운데 단 한 곳(이천공장) 뿐으로 매출비중이 미미해 내용상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따라서 양측은 일단 ‘메모리부문 분리매각’쪽으로협상의 큰가닥을 잡고 세부적인 의견조율에나선 것으로보인다.
이 경우 하이닉스 13개 생산라인 중 ▦D램 전용공장 5개(이천 2개, 청주 2개, 미국유진 1개) ▦S램ㆍ플래시 메모리 공장 1개등 6개 공장이 마이크론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D램과 비메모리 반도체를 같이 생산하고 있는 혼용 팹(이천1개, 청주 1개)까지 포함하면총 9개 공장이 매각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 가치산정이 가장 큰 고비
문제는 해당 공장들의 가치산정과 인수대금 지급방식이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메모리부문을 주식맞교환(스와핑) 방식으로 인수하되 ▦비메모리 부문만 남는 하이닉스에는 19~25% 정도의 지분 참여를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각대금 산정문제는채권단과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때문에 의견조율에난항이 예상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 “메모리 부문을 넘기더라도 전체 사업에대한 영업권 프리미엄을 인정받느냐, 아니면 단순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공장별로 개별가치를 매겨 파느냐에 따라 매각대금은 큰 차이가 난다”며 “현재로선 가격문제와 관련, 양측이 전혀 의견접근을 이루지못한 알고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 전문지 EBN은 10일 마이크론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인수대가로 20억달러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60억~70억 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채권단의 입장과는 현격한 차이다.
이 외에도 인수대금을 순전히 마이크론 주식으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현금으로 받을 것인지, 스와핑을 한다면 양사의 주식을 몇 대 몇의 비율으로 교환할 것인지, 부채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매우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문제들이 골치 아픈 숙제로 남아 있다.
■ ‘헐값매각’ 논란
채권단과 구조조정 특위로선 ‘헐값매각’이나 ‘국부유출’을 우려하는 일부 여론 역시 부담이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이 유일하게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유망 산업인데 이를 고스란히 외국업체에 넘길 경우 중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최근 반도체경기가 급속도로 회복국면에 들어서면서 더욱힘을 얻고있다. 매출의 70~80%에 달하는 메모리부문을 떼주고 난 잔존법인(하이닉스)의 생존 여부도 논란거리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하이닉스는 5개 생산라인(구미 2개, 청주 2개, 이천 1개)을 거느린 비메모리전문업체로 탈바꿈하게 된다.
하지만 파운드리(주문반도체) 위주인 하이닉스 비메모리 분야의 생산력이나 제품력이 일본이나 대만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어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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