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강력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경찰청 이금형(李錦炯) 여성실장은 10일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낸 석사학위 논문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해 “가정폭력 속에 자란 청소년들은 가출, 일탈로이어지는 ‘폭력의 악순환’을 겪게 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 논문에서 2000년부터 2년간 벌어진 강력사건 중 ▦서대문 여중생 살인 ▦과천 부모토막 살인 ▦미성년자 연쇄 강간살인 등 3건을 가정폭력으로 흉악범이 된 사례로 제시했다.
우선 지난해 3월14일 발생한 ‘서대문 여중생 살인’은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 온 최모(당시 14세)군이 사건 당일 여중생 3명이 웃고 얘기하는 것을 보고 홧김에 이 중 1명을 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 실장은 최군의 범죄심리를 분석한 결과 ‘우리 가족은 아버지 때문에 불행한데 왜 저 애들은 행복한가’라는 질투심을 느꼈고, 이것이 직접적인 범행동기가 됐다고 전했다.
2000년 5월 발생한 ‘과천 부모토막 살인’도 피의자인 이모(당시 24세)군이 부모로부터 극심한 언어폭력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이군은 평소 부모의 언어폭력으로 자신감 상실과 폐쇄적인 대인관계를 보였다.
또 같은 해 12월 발생한 ‘미성년자 연쇄 강간살인’의 피의자인 김모(당시 31세)씨도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아버지의 구타에 시달리다 청소년 시절 가출과 일탈행위를 보이는 등 누적된 분노감과 공격성으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 실장은 또 논문에서 “1998년 7월 가정폭력처벌 특례법 제정이후 가정폭력 발생건수는 1999년 1만1,850건에서 2000년 1만2,983건, 지난해 1월~11월말까지 1만3,456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며 가정폭력 해결에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