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케의 동물 이야기'평생 알만 낳다 죽은 암탉 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바람에 양계업자들이 자연법위반 혐의로 감옥에 갇혔다.
그 뒤 닭들은 들판에서 자유로이 살면서 아침마다 사람들 집을 방문해 알을 낳아줬는데, 사람들이 그 알을 먹는다는 걸알고 격분해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식료품 공장에서 인공달걀을 생산해 먹게 됐는데, 에디슨 전기를 읽은 한 꼬마가 인공달걀을 품고 기도한다. “하느님, 제발 병아리가 태어나게 해주세요.”
암탉 권리 대변인의 인간 풍자 우화 같은 이 황당한 이야기가 ‘하케의 동물 이야기’ 첫 장을 차지한다.
독일 일간지 ‘쥐트 도이체 차이퉁’의 편집자 겸 필자 악셀 하케는 기이한 상상력과 위트로 이 책을 썼다.
화가 미하엘 소바는 초현실적인 우울함과 따스함이 깃든 삽화로 이 독특한 책의 묘미를 더하고 있다.
지은이는 “동물의 영혼, 그 깊은 내면의 진실을 알고 싶어 죽을 지경”이라며 스스로 여러 동물이 되어보는 별난 상상력 실험을 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으로 동물을 보고 동물의 입장이 되어 인간을 되돌아본다.
고래ㆍ기린ㆍ지렁이ㆍ코끼리ㆍ바퀴벌레ㆍ악어ㆍ펭귄 등 여러 동물과 곤충을 차례로 등장시켜 그들의 고뇌를 짐작하고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비둘기들은 실업자 신세다. 그들은 한때 어엿한 전령사였으나 우편제도가 발달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도시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인간의 접근을 불허하는 강 산성 뻘에 사는 홍학의 화려한 자태에서 지은이는 슈퍼모델의 고독을 본다.
박멸 대상 해충으로 분류된 풍뎅이들이 인간에게 보내는 항의성 격문을 쓰기도 한다.
객관적 사실과는 무관한, 이 자유분방하고 기발한 ‘감정이입형 동물학’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 정신적 차원에서 감정을 교류하는 삶이다.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럽고 기괴하기조차 한 그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오해했던 삶의 진실을 눈 앞에 확 들이밀면서.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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