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은 스러져도 덕화(德化)는 남고, 고승은 가도 감로수 같은 법어는 남는다.참 선승으로 살다 간 전 조계종 종정 혜암(慧菴) 스님은 육신의 탈은 벗었지만 여전히강한 울림으로 사람들 마음 속에 남아 있다. 혜암 스님이 생전에 남긴 말을 정리했다.
“팔만대장경을 둘둘 말아서 하나로 줄여 놓으면 마음심(心)자 하나 입니다. 마음을 깨쳐 중생을 제도하자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방편이고 외도법(外道法)일 뿐입니다. 누구나 내 본심을 모르니 시비와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마음이라는 보물이 나한테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잘 쓰면 하느님도 되고, 대통령도 되고, 부처님도 되고, 도인도 되고, 몸뚱이한테서는 하나도 아무 것이 생길수 없습니다.”
“우리의 원수는 분별심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선심(善心)을 착한 마음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선심이란 착한 마음을 버릴 때 비로소 있는 것입니다. 착한 마음도 나쁜 마음도 둘 다 버려야 극락에 갈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수지맞는 일 중의 하나가 공부하다죽는 일인데 목숨 내놓고 정진하다 보면 견성(見性)이 가까워오고 죽음은 멀어집니다.”
“도시에서 살거나 산에 들어가는 것을 문제로 삼지 마십시오. 공부는 아무 때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공부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어디서나 못하겠습니까.”
“세상에서 겪게 되는 난관이나 재앙은 불행이 아니라 큰 선물입니다. 실패가 주먹만하면 성공이 주먹만하고, 실패가 태산만하면 태산만한 성공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위인들은 모두 죽을 자리에서 살아난 경험을 등불 삼아 큰 성공을 이룬 분들입니다.”
“불법이란 먼 데, 또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근본으로 삼기 때문에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문이 좁은 법은 없겠지만 어떤 것이나 도 아닌것이 없기 때문에 문이 있다거나 반대로 없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다 죽습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잠시라도 잊지 말고 내 마음을 지키고 내 마음을 닦을 때 내가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부처 아닌 것이 없듯이 화두 아닌 것이 없습니다.”
혜암 스님의 생전 모습. 스님은 제자들에게 늘 “공부하다 죽어라” “밥을 적게 먹어라” “안으로 부지런하고 밖으로 남을 도와라”고 당부했다.
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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