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8시 45분, 영하의 기온에 매서운 바람까지 부는 차가운 날씨다. 이 추위를 뜨거운 열기로 녹이는 곳이 있었다.바로 잠실 실내 체육관. 힙합에서 재즈, 그리고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력있는 가수와 뮤지션들이 무대를 수놓는 MBC ‘수요예술무대’ 400회(16일 방송)를 보기위해 3,000여명 몰려 들었다.
“참 대단합니다. 국내 유일한 음악 전문 프로그램인 ‘수요예술무대’가 400회를 맞은 것을 축하합니다…”
연극 연출자이자 작곡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김민기씨의 영상 축하 메시지에 이어 진행자 김광민과 이현우가 무대에 오르자 숨을 죽이고 있던 3,000여명의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체육관을 뜨겁게 달군다.
힙합 그룹인 드렁큰 타이거와 CBMASS가 ‘The Movemet’를 부르며 격렬하게 춤을 추자 관객들도 일제히 일어서 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열기는 가창력이 뛰어난 박정현 김동율 김윤아의 열창으로 더욱더 고조된다.
이날 관객들은 “400회 특집방송을 보기위해 오후 1시부터 기다렸다”는 이화여대 학생인 최경화(22)씨 경우처럼 일찍부터 방청을 기다렸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이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오게했을까? 립싱크가 일상화한 상황이지만 ‘수요 예술무대’는 라이브만을 고집해 가창력을 갖춘 가수들만이 무대에서기 때문에 진정한 노래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특정한 장르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아우르는 무대는 10대위주의 가요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이루며 20~40대의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MC 김광민과 이현우의 어눌한 말투의 진행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신선한 느낌을 안겨주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 중의 하나.
“사전에 입을 맞추거나 대본에 따라 멘트를 하지 않고,무대의 분위기에 따라 진행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이 편하게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는게 김광민과 이현우의 설명이다.
400회가 진행되는 동안 출연했던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연주 장면이 영상으로 소개됐다.
조수미 신영옥 홍혜경 장영주에서 사라 브라이트만, 캐니 G, 바네사 메이까지 수많은 유명 뮤지션들이 출연해 고품격의 음악을 선사한 것도 ‘수요예술무대’의 자랑이다.
‘수요예술무대’ 400회 녹화현장은 김종서 도원경 윤도현의 무대에서 절정을 이뤘다.
이들이 ‘불 놀이야’ ‘Faith’ 등 노래를 부르자 가수 이름을 연호하며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서서 몸을 흔들며 노래를 열창했다.
녹화는 밤 11시가 돼서야 끝났지만 관객들은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1993년 10월 첫 방송부터 연출을 담당한 힌봉근 PD는 “지금은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시청률이 높지 않아 개편 때마다 폐지될 위기였다. 9년 2개월동안 알게 모르게 음악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자부한다. 그것이 또 보람”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음악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수요예술무대’의 400회 녹화현장. 팬들은 “이 프로그램이 오래 오래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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