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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못 건드리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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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못 건드리는 것들

입력
2002.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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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가 마피아 보스를 인간적 면모를 지닌 인물로 부각시킨 것은 영화 '대부'(The Godfather)가 대표적이다.조직을 위해 형제까지 잔혹하게 살해하는 범죄성을 인간적 고뇌로 그럴 듯 하게 가공, 극적 흥미를 높이는 것이다.

'옛날에 미국에'(Once Upon A Time InAmerica) 등 다른 마피아 영화들도 이를테면 돈을 위해 친구를 희생시키는 배덕(背德)을 인생 무상으로 교묘하게 포장한다.

엔리코 모리코네의 페이소스 짙은 음악까지 배경에 흘려보내 관객을 현혹한다.

■'대부'의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이전 정통 마피아 영화는 달랐다.

1920년 대 금주령 시대 마피아의 상징 알 카포네를 등장시킨 영화에서 그는 흉포한 악인일 뿐이다. 이 시절을 다룬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물의 스타는 돈 콜레오네 등 범죄 집단 두목이 아니라, 마피아조직과 이들에 매수된 경찰과 정치인 등을 단호하게 척결하는 FBI 수사관과 검사다.

유명한 '못 건드리는 범죄자'(The Untouchables)의 수사관 엘리어트 네스가 대표적이다.

■우리의 조폭 영화와 TV 드라마는 헐리우드 마피아 영화와 일본 야쿠자 영화를 적당히 버무린 아류로 볼 수 있다.

알맹이는 조폭의 범죄성을 야망과 의리, 용기, 카리스마 등으로 포장해 평범하고 왜소한 관객들에게 상상력과 대리 만족감을 안겨 준다.

그러나 결말은 대개 주인공들이 사법적 단죄로 최후를 맞는 것으로 그리는 점이 한국적이다.

잔혹한 범죄 행로에 대한 최후의 심판을 인간적 고뇌와 참회에 맡기는 할리우드와는 다르다.

■이런 조폭영화 붐이 갖가지 신드롬과 논란을 부른데 이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까지 소개됐다. 마피아 신화가 대부분 나라에서 사라진 데 비해 한국 조폭은 여전히 대중의 우상이라는 전제는 엉뚱하지만, 조폭과 정치인과 법 집행자들의 뒷거래가 이들을 못 건드리는 존재로 만들었다는 지적은 현실에 접근했다.

그러나 더 깊숙이 안다면, 법이 못 건드리는 것은 조폭이 아니라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정치인들이라고 썼을 법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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