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공개한 1,302건의 통치 사료들에는 역대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교환한 서신, 미 군사당국의 보고서 등 의미있는 문건이 많다.◇50년대 북한 ‘핵 보유설’
미국 군사당국이 1957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 보고서’는 북한의 핵 보유설을 제기했다.
청와대관계자는 “이 자료는 미국에서도 기밀해제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목차를 포함, 모두 4쪽인 이 자료는 “현재 북한 공산군이 핵무기와 유도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핵을 보유한 국가가 미국을 제외하면 소련 뿐이었음을 고려하면, 소련의 핵무기가 북한에 반입됐을 가능성을 지적했을 수도 있어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
◇박정희에 대한 케네디의 압박과 조언
1963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은 박정희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이 군정연장을 발표하자 3월31일 서한을 보내 ‘납득할 만한 민정이양 절차의 합의’를 강조했다.
이에 앞서 케네디 대통령은 62년 8월23일 박 의장에 보낸 서한에서 “귀국과 일본간 관계정상화 문제를 생각했다”면서 “각하의 관계정상화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국교정상화를 촉구했다.
◇1ㆍ21
사태와 대북응징 요구 1968년 1ㆍ21사태 및 미국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존슨 대통령은 심각한 이견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2월 5일 존슨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공산주의자들에 대해선 그들의 침략행동이 반드시 적절한 응징(due punitive action)을 받게 된다는 교훈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9일자 서한에서도 “북한에 대한 한국국민의 규탄감정은 절정에 달해 있다”면서 북한이 시인과 사과,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한미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즉각 보복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존슨 대통령은 9일자, 28일자 답신을 통해 사이런스 밴스 전 국방차관을 특사로 서울에 파견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대북 군사응징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국 베트남전 참전요청
존슨 대통령은 65년 이후 베트남전이 본격화하자 박 대통령에 수 차례 간곡한 친서를 보내 파병을 요청했다.
존슨 대통령은 7월25일자 서한에서 미 병력 증파 입장을 설명하면서 한국군의 파병을 권했으며 그 이후 수 차례 박 대통령과 서신을 교환, 베트남전 문제를 협의했다.
박 대통령은 답신을 통해 파병의사를 밝히면서도 곧 바로 확답을 주지 않았다. 차관제공 등을 약속 받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규하의 국정장악 상실
1980년 5월17일, 신 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이후 최규하 대통령의 의전일지가 비어있다.
5ㆍ18 민주화운동이 발생한 18일은 물론 21일까지 닷새동안 최 대통령이 어떤 행사에 참석했거나 접견한 기록이 없다.
최 대통령이 신군부에 의해 사실상 연금상태에 있었음을 말해준다.
◇육영수여사 자료
육 여사가 각국 정상 부인들에게 보낸 서한도 공개됐다. 육 여사는 67년 7월7일 사토(佐藤) 일본총리의 부인으로부터 장난감 선물을 받고 “우리 지만이가 크게 기뻐하고 있다”는 서신을 보냈다.
또 64년11월16일에는 장개석 대만총통 부인에게 손수 마련한 고려인삼과 토종꿀을 보내면서 “장 총통의 피로회복에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편지를 보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사료속 대통령 부인들
영부인들의 진솔한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미국에 있던 양아들 이강석(李康石)씨에게 보낸 영문편지(1959년 4월 10일자)를 통해 "네게 약간의 된장국 거리를 보낸다. 한봉지에 한 대접의 물이면 충분하다"며 애틋한 사랑을 전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는 67년 7월7일사토(佐藤) 일본 총리의 부인으로부터 장난감선물을 받고 “우리 지만이가 크게 기뻐하고 있다”는 답신을 보냈다. 또 64년11월16일에는 장개석대만총통 부인에게 손수 마련한 고려인삼과 토종꿀을 보내면서 “장 총통의 피로회복에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통치사료 공개 안팎…자칫 파기될 뻔했다 햇빛봐
청와대가 역대 대통령기록물을 정리하던 중 새롭게 발굴한 통치사료들은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로 평가된다.
이 자료들은 의전비서실이 보관하던 것으로 ‘30년 이상 보관된 자료를 파기할 수 있다’는 관련규정에 따라 파기에 앞서 일단 통치사료 비서관실로 보내졌다.
통치사료 비서관실은 국방대백승주, 성균관대 김일영, 덕성여대 유찬열 교수 등에게 검토를 부탁했다.
이들 학자들은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증언과는 달리 서신, 문서 등은사실(史實)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1차 자료로 연구 및 보관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들 문서들을 면밀히 검토한후 정부기록보존소로 보내 영구 보존키로 했다.
김일영 교수는 “통치사료가 정리돼있지 않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종합적인 점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 동안 한 정권이 끝나면 청와대의 통치사료들이 개별적으로 누출돼 왔다.
국민의 정부 들어 통치사료재 정비작업에 들어갔으나 아직도 체계적인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조금만 무신경했다면 이들 자료도 파기됐을 것”이라며“통치사료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조사와 정리작업이 필요하며 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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