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아들을 둔 주부 서모(44ㆍ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분당신도시에 살다 수능 시험이 끝나자 마자 서둘러 서울 강남으로 옮겨왔다.시험을 망친 아들을 재수시키려면 아무래도 유명학원이 즐비한 강남이 편할 것 같고 중3 올라 가는 딸아이의 고교 진학과 대입준비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씨는 4년 전에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살았던 대표적인 ‘철새 학부모’.
“한해에 400명씩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분당의 비평준화 고교에 진학시키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아 분당으로 갔었지요.” 웃돈까지 얹어 다시 이사 온 서씨는 요즘 후회가 막심하다.
서씨 처럼 강남을 떠났다가 ‘교육 프리미엄’에 홀려 강남으로 다시 몰려드는 ‘철새학부모’들이 대치동 등의 아파트값을 폭등시키는 데 한 몫 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신도시 지역의 고교평준화가 확정된 지난해 7월 이후 신도시를 포함한 지방에서 강남으로 유입된 중3생이 382명(2000년 하반기 226명)에 이르고 있다.
또 대치동 등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강남을 떠날 때 거래했던 고객들의 매물문의가 계속되는 등 철새 학부모 들의 ‘강남 U턴’은 진행형이다.
3년전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들을 위해 잠실에서 분당으로 이사했던 채모(42ㆍ대치동)씨도 같은 케이스. 채씨 가족은 지난 4일 ‘더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강남으로 돌아왔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남편이 직장까지 분당지점으로 옮긴 터라 출퇴근이 불편하다며 이사에 반대했지만 “자식교육을 위해 이민까지 가는 마당에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남편을 설득했다.
대치동 B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 김모씨는 “예전에 이곳에 살다가 분당이나 일산으로 이사간 사람 중에 10여명 정도가 다시 강남으로 오기 위해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대부분이 자식 교육문제 때문에 이사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들은 집주인이 웬만큼 집값을 높이 불러도 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치동 일대의 집값을 부추기는 한 요인임에 틀림없다”고 전했다.
‘교육 이사’는 전입자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대치2동의 경우, 지난해 전입세대수가 이사철인 3~5월과 9,10월(평균 260세대)보다 진학시즌인 2월과 8월에 휠씬 많은 391세대와 334세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환경을 좇아 강남으로 가는 학부모들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학원이 대입을 좌우한다는 생각은 환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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