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당국이 히로뽕을 비롯한 북한산 각성제 밀수를 차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있다. ‘북한 루트’가 일본 최대의 각성제 밀수 경로로 떠올랐지만 중국과의 공조 수사가 가능했던 ‘중국루트’와 달리 현장 적발 외에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일본 당국은 6일 후쿠오카(福岡) 앞바다에서 중국 어선을 수색, 약 150kg의 히로뽕을 압수하고 7명의 선원을 구속했다.
선원들은 8일 일본 경찰에서 “푸젠(福建)성을 출항한 뒤 북한 선박을 만나 ‘물건’을 옮겨 실었다”고자백했다. 압수된 히로뽕도 알이 잘고 작은 비닐 봉지에 진공포장돼 있어 북한산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앞서 중국 공안당국은 이어선이 황해상에서 북한 히로뽕을 옮겨싣고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고 사전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당국은 이번사건을 각성제 밀수의 ‘북한 루트’가 ‘중국 루트’를 제친 상징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으로의 히로뽕 반입은 70년대의 ‘한국 루트’,80년대의 ‘대만ㆍ홍콩 루트’에 이어 90년대에는 중국 푸젠성과 랴오닝(遼寧)성에서 생산된 물건이 주류를 이뤄왔다.
북한이 제조해 중국어선이 운반하는 히로뽕이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선원들이 과거 각성제 밀매의 본거지였던 푸젠성에서 왔다는 점에서 일본 당국은 중국측의 단속으로 생산거점을 북한으로 이전한 히로뽕 커넥션이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배후에는 과거의 조직에다 북한과 일본까지 연결된 대규모 밀수조직이 개입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에서 북한산 히로뽕은1998년 8월 고치(高知)현 앞바다에 약 200kg가 버려진 사건을 계기로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97년 4월 미야자키(宮崎)현 휴가(日向)시에 항한 북한 화물선에서 약 58kg의 각성제가 압수됐으나 중국산이었다.
이와 달리 당시 일본 조직이 동해에서 넘겨 받아 운반 도중 급히 바다에 버린 각성제는 비닐 진공포장, 잔 알과 고순도의 신형으로 북한산이었다. .
이어 99년 10월에는 대만 어선이 북한 영해에서 같은 종류의 히로뽕 564kg을 싣고 오다 가고시마(鹿兒島)현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한편 최근에는 필리핀 등지에서 생산된 각성제가 들어오는 ‘남중국해 루트’가 활발해져 ‘북한 루트’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