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연휴. ‘조폭 마누라’가 하루 전국 관객 20만 명씩 기록하자 투자자인 코미디언 서세원은 “하루에 통장에 3억 원씩 들어온다”고 떠벌렸다.그러나 그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당시 그는 한 푼도 만질 수 없었다.
극장이 입장 수익금을 제작사나 투자사(한국 영화의 경우 전체 50%)에게 곧바로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국 영화의 ‘부금 정산’에 대한 극장의 횡포가 여전하다.
영화가 상영 중에 주 혹은 월 단위로 정산을 하지 않고 상영이 끝나고 나서, 보통 두 달이 지나서 배급사에게 돈을 주는 것이 예사이다.
지난해 3월 31일 개봉한 ‘친구’는 8개월이 지난 아직도 극장으로부터 돈을 다 받지 못했다.
‘조폭 마누라’는 12월 말에야 배급사가 처음으로 수익금 일부를 받았다. 제작사는 그동안 없는 돈으로 흥행 잔치를 벌이느라 쩔쩔매야 했다.
그나마 부산 B극장은 ‘조폭 마누라’의 수익금 10억 원을 두 달 후 6개월 어음으로 정산해 현금과 비교할 때 투자 및 제작사에 1억 원 가까운 손해를 입히는 횡포까지 부려 비난을 사고 있다.
현진시네마 이순열 대표는 “수익금을 늦게 주기 위해 ‘종영 두 달 후’조건을 악용해 하루 20~30명도 관객이 안 드는데도 상영을 계속하는 극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상영에 의한 손해보다는 수익금의 이자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극장의 입장 수익금은 들어오는 순간 절반(문예진흥기금과 부과세 제외)은 제작및 투자 배급사의 것.
그러나 극장들은 마치 자신들의 수익금처럼 횡포를 부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한국 영화의 경우 대부분 정산 조건은 종영 후 30일과 45일.
그나마 이 약속을 지키는 곳은 서울 시네코아 등 극히 일부 극장들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지키지 않고 있으며 메가박스나 CGV같은 대형 멀티플렉스도 두 달 후에 정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미국 직배 영화의 경우는 부금 비율도 한국 영화보다 10%나 높은데다 상영을 시작하면 이르게는 2주(UIP), 늦어도 한 달(월트디즈니) 단위로 중간정산을 하고 있다.
결국 힘이 센 미국 직배사들에게는 요구대로 따라주면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한국 영화에는 ‘다음 작품 개봉 거부’라는 보이지 않은 무기로 극장들이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폐단은 과거 한국 영화가 상업성이 약하지만 스크린쿼터 때문에 억지로 상영할 때에 생긴 것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가 극장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지금도 소위 첨단 멀티플렉스라는 극장까지 이 악습을 답습하고 있다.
시네코아 황인옥 상무는 “입장권을 파는 순간 절반은 극장 돈이 아니다. 한국 영화도 얼마든지 직배사처럼 정산해 줄 수 있다. 정산 방식이 컴퓨터에 프로그래밍이돼 있어 혼란도 없다”고 말했다. 외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영화의 부율도 문제지만, 이에 앞서 극장들의 이런 횡포부터 막는 제도적 장치와 개선이 시급하다.
배급사 한 관계자의 말에서 불만의 정도를 알 수 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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