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성방송이 출범을 불과 두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지상파 TV 재송신문제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ㆍ대표 강현두)이 3월 6일 본 방송을 시작하면 방송ㆍ문화ㆍ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TV 재송신 문제는 해를 넘기고도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지상파 TV 재송신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 시청자들이 그 동안 일부 프로그램밖에 볼 수 없었던 KBS, MBC, SBS 등 지상파 TV를 서울과 똑같이 온전히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재송신 문제는 방송계뿐 아니라 학계와 정치권에까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찬반대립만 커지고 있다.
지방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들은 7일부터 재송신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는가 하면 부산방송, 대전방송 등 지역 민영방송과 부산MBC 등 일부 지상파 TV의 지방 계열사들은 재송신이 강행된다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전북대 언론심리학부 김승수 교수는 “지역문화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는 지역 민방을 시장논리로만 재단할 수는 없다”며 “KDB가 지상파 TV를 재송신하면 여건이 열악한 지역민방은 대부분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방송학자나 KBS, SBS 등 대다수 지상파 TV(서울 MBC는 유보)및 KDB는 재송신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위성방송의 발전과 급변하는 세계 방송환경에 걸맞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송신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김영석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방송정책은 소탐대실하는 것이 너무 많다. 우리 같이 작은 방송시장 규모에 20여 개 지상파 TV, 60여 개 케이블TV, 84개 채널의 위성방송이 난립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 밖에 안된다. 이는 국내 방송사업자간 이전투구를 초래하고 곧바로 외국 언론재벌의 한국방송지배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 치열한 국제경쟁을 염두에 둘 때 대국적 견지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위성방송 사업자 KDB의 강현두 사장도 “지역시청자도 질 좋은 콘텐츠를 볼 권리가 있다. 대부분의 지역 시청자는 서울에서 방송하는 KBS, EBS뿐만 아니라 서울 MBC와 SBS도 보고 싶어한다. 특히 지상파 재송신은 외국의 경우처럼 오히려 지방 방송 프로그램을 서울에 재송신해 지역 민방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재송신이 위성방송과 지역방송의 광고 및 사활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 민방들은 재송신을 허용하면 지역 시청자가 지역방송 자체 프로그램을 외면하게 되고 이는 바로 광고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반면 KDB는 재송신이 사업 초기 위성방송의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연말 시청자 1,655명을 대상으로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TV 시청 희망실태’를 조사한 결과 84.5%가 재송신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성방송 가입의사를 보인 응답자 중 66.2%는 지상파 TV를 재송신하지 않으면 위성방송을 시청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채널 정책을 결정하는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는 지난해 11월19일 발표한 ‘채널 운용정책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 방안은 KBS1,2TV와 EBS의 재송신은 위성방송 출범과 동시에 허용하고, 서울 MBC와 SBS의 재송신은 2년 후부터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위의 이러한 방침도 2월로 예정돼 있는 임시국회에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재송신 관련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두 당은 KBS와 EBS의 의무 재송신만을 규정한 현행 방송법을KBS1TV와 EBS만 재송신을 허용하되, KBS2TV, 서울 MBC, SBS의 재송신은 사안별로 방송위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KBS2TV까지 재송신하는 것을 전제로 영업하고 있는 KDB의 마케팅 전략과 약관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상파 TV 재송신 문제는 방송사업자들의 이해관계나 정치논리가 아니라 소비자(시청자)의 권익을 최대한 확보하고 방송산업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지역방송은 자체 구조조정과 정부의 지원확대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로 경쟁력을 키우고, KDB는 특성이 있는 좋은 채널을 많이 확보해 시청자의 채널 선택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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