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증기 서린 사우나탕 유리에 지도를 그리며 조폭이 형사에게 강의를 한다.“아무리 과학수사라고 하지만 형사는 ‘감’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
설정이 재미있다. “형님 ‘조폭마누라’ 보셨어요? 그거 제가 감독에게 얘기해 준 거잖아요. 그 여자 지금은 수원 어딘디가 국밥집한다는데…”.
그러나 ‘아프리카’(감독 신승수) 초반부의 간헐적 폭소는 어느새 실소로 변한다.
흥행에 대한 강박관념이 마침내 웃음을 위한 억지 웃음을 만들어냈고, 관객이 먼저 그것을 알아차려 버린다.
‘아프리카’는 배우 지망생 소현(김민선)과 지원(이요원)이 남자친구에게서 빌린(사실은 훔친) 차에서 두 자루의 권총을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총은 강력계 형사인 김 반장(성지루)과 조직 중간 보스 날치(이제락)가 도박판에 판돈으로 건 것이다. 두 사람은 총을 찾기 위해 두 여자를 뒤쫓는다.
여느 여성처럼 두 여자중의 하나(이요원)는 삶의 무게에 눌려 있고, 다른 하나(김민선)는 허황한 삶을 꿈꾼다.
여기에 다방 아가씨 영미(조은지)와 교도소를 다녀온 진아(이영진)가 끼어들고, 이들을 ‘영웅’으로 추앙하는 ‘아프리카’라는 팬클럽까지 생겨난다.
커피에 가래침을 뱉어 ‘로얄 젤리 커피’라고 속이고, 화장실에서 큰일 보는 장면이 상세히 소개되며, ‘신라의 달밤’ ‘툼 레이더’ ‘주유소습격사건’ 등 많은 영화들이 인용된다.
그러나 20대 여성의 참을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유머로 포장하려는 노력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각종 유머 장치를 너무 손쉽게 베끼고, 반복했기 때문이다. 형사와 조폭 3인조의 묘한 호흡이 주는 매력도 다른 ‘패착’에 눌려 초라하기만 하다. 15세 관람가. 11일 개봉.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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