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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주민들 풀죽·풀빵으로 연명…BBC등 외신 현지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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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주민들 풀죽·풀빵으로 연명…BBC등 외신 현지 취재

입력
2002.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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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과 질병, 추위, 지뢰의 공포와 정신병…포연이 걷힌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절한 삶의 모습들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20년 전쟁과 3년이 넘는 가뭄이 아프간 주민들에게 가져다 준 것은 죽음의 그림자였다.

구호의 손길이 닿기 힘든 산악지역에서는 수십만명의 주민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고, 이것마저 없어 빈 배를 움켜쥔 채 죽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일부 주민들은 폭격의 공포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거리를 헤매고 있다.

8일 BBC방송과 AP통신, 뉴스위크지 등 외신이 눈으로 확인한 지역은 거 탈레반과 북부동맹의 최전방이던 북부의 압둘라 간 산악지대. 그나마 접근이 가능했던 보나바쉬 마을 주민들에게 먹을 것이라고는 풀을 짓이겨 만든 빵과 보리, 풀로 끊인 죽이 고작이다.

주민 갈람 라자(42)는“마을사람 대다수 가설사와 마른 기침, 위장 장애, 내장 출혈을 앓고 있다”면서 “온갖 종류의 풀이란 풀은 다 뜯어 먹으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말했다.

유아들의 경우 어머니 젖이 이미 오래전에 말라버려 풀죽만 먹고 있는데, 설사와 질병으로 모두 배가 풍선만하게 부풀어 올라있다.

이들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 당나귀를 타고 며칠씩 걸려야 접근할 수있는 깊은 산간오지 주민들은 먹을 것이 전무한 상태다.

이들 산간오지 주민들에 대한 식량 공급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 아프간 공격 이후 끊겼으며 국제 구호단체의 구호품 역시 눈이 내리면서 수송이 중단됐다. 일부 접근이 가능한 지역에 보내지는 구호품 역시 언어소통 문제로 창고에 쌓인 채 썩어가는가 하면, 강도나 군벌들의 약탈 등으로 유실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캐롤 벨라미 국장은 “아프간에서는 지금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올 3월까지 식량공급이 안될 경우 10만명의 어린이들이 추가로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의 알프레드 아이론사이드 대변인은 “아프간의어린이 4명중 1명이 15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현재 아프간 전역에는 1,000만개가 넘는 지뢰에다 수를 헤아릴수 없는 불발탄들이 널려 있어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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