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해인사에서 거행된 조계종 종정 혜암(慧菴)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을 취재했다.그 높고 깊은 수행력과 청정한 삶의 흔적에 재삼 깊은 감명을 받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스님의 치열한 구도자의 길을 반추하며 흠모의 정을 털어놓았다.
한편 곤혹스럽기도 했다. 사리(舍利) 때문이다.
사람들의 대화는 대부분 "그런데 사리는 얼마나 나올까요?", 심지어는 "(혜암 스님, 혹은 그 문도가) 망신당하는 것은 아닐까요?" 등으로 끝났다.
좌중의 한 스님은 "성철 스님이나 혜암 스님이 이 꼴을 보시면 '웬 부질없는 짓이냐'라며 호통을 쳤을 것"이라고 못마땅해 했다.
장의를 맡은 스님들도 '사리'에 대한 일반의 관심 때문에 초조하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사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유골'이라는 뜻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예부터 수행력이 높은 큰 스님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사리 신앙'도 함께 형성됐다.
문제는 사리 숫자로 고승의 법력을 재단하는 오늘 날의 어리석은 풍토이다. 'OO 스님은 사리 100과의 공력', 'XX 스님은 무(無) 사리 스님' 등등으로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우리가 배출한 큰 스님을 잘못되고 어이없는 방식으로 상처 입히는 것은 역사적, 사회적 손실이기도 하다.
성철(性徹) 스님은 생전에 "사리가 뭐 그리 중요한가. 살아서 얼마나 부처님 가르침에 맞게 사는가가 진짜 중요하지"라고 말했다.
이 기회에 기자도 반성한다. 그동안 사리 숫자를 두고 독자의 흥미에 영합한 측면도 있었다.
신자들도 사리가 고승에게 달아주는 '계급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김철훈 문화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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