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섯 나이로 CNN 앵커가 된 소피아 최는 당당했다.노르웨이인 아버지를 여의고 8세때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으로 가서 성장했지만 입맛은 한국계가 분명해 된장찌개와 비빔밥을 즐긴다고 한다.
소피아 최가 헤드라인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감이 넘쳐난다.
세계로 방송되는 화면에 시시각각 새소식을 전하는 앵커가 우리와 입맛이 같은 사람이라니 듣던 중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 전역과 세계에 뉴스를 전하는 CNN 앵커가 된 것은 성공한 방송인으로 볼 수 있다.
또 소수민족으로 미국 주류사회에 자리잡은 사례이기도 하다. 어느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소피아 최는 방송에서 성공하려면 재능과 외모가 뒷받침해야 하지만 그보다 끈기와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후 지역방송들을 거치면서 여러 난관들을 극복해 온 과정을 그처럼 표현했을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 더욱 관심 가는 것이 소피아 최의 나이이다.
그는 삼십대 중반인 지난해 10월 CNN 앵커로 스카우트되었다.
한국에선 대학을 나와 이십대 젊은 나이에 발탁된 저녁 뉴스 여성진행자가 그 나이가 되기도 전에 물러난다.
시청자의 기호 때문인지 방송사 사장의 가치관 때문인지 원숙한 여성앵커가 나올 기회를 주지 않는다.
유명 토론사회자 박찬숙씨가 밤 9시 뉴스를 맡는 것을 상상하면 짐작된다.
■이름난 진행자가 있는 미국 전국망의 TV뉴스는 무언가 안정감을 준다. 진행자의 경험과 연륜이 화면에서 시청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앵커가 읽는 차원에서 떠나 사건을 분석 설명하는 역량을 갖추려면 연륜도 필요한 것이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대통령들과 대기업인들, 그리고 문화예술인을 만나 특유의 해박한 지식과 입담을 과시하는 앵커를 우리는 언제 가질 수 있을까.
요즘 여대생들은 어느 면이나 당당하다고 하니 이들이 대학을 나와 방송사에 자리잡을 때를 기다려보자.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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