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과 첫 격돌하는 동구의 강호 폴란드는 프로축구 휴식기인 요즘에도 월드컵이 단연 화제다.16년 만에 본선무대를 밟은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국민들은 이번에 호성적을 거두면 1980년 ‘연대자유노조’ 이래 만성화한 정치, 경제 혼란을 벗어나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미국 등 만만한 상대와 같은 조에 포함돼 16강은물론 4강까지 가능하다는 기대가 폴란드 축구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실제로 거리에서 만난 폴란드인들은 “한국이 폴란드를 이기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스트라이커 엠마누엘 올리사데베와 골키퍼 예지 두덱에 대한 자부심은대단하다.
전력
한국의 히딩크감독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고 밝혔을 만큼 개인기와 경험이풍부하다. 4-4-2(또는 4-3-3)전형을 구사하는 폴란드는 찬스가 나면 매섭게 몰아치는데 능하다.
공격의 핵은 포워드 올리사데베(24ㆍ파나티나이코스). 18세 때 나이지리아에서 폴란드리그로 건너온 뒤 귀화해 유럽 5조예선 9경기에서8골을 잡아낸 특급 스트라이커. 파벨 크리샬로비치와 투톱을 이루며 탁월한 순간 스피드를 이용해 수비 1, 2명을 제친 뒤 날리는 슛은 가공할 만하다.
독일 분데스리가 샬케04에 뛰고 있는 주장 토마시 바우도흐(31ㆍ188㎝)와‘미스터 신뢰’ 토마시 하이토(30ㆍ189㎝)가 지휘하는 플랫4백은높이와 힘에서 발군이다.
바우도흐는 분데스리가 최고 수비수로 꼽히며, 하이토는 가장 많은 옐로카드를 받을만큼 거친 플레이로 악명이 높다. 폴란드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GK 두덱(29ㆍ리버풀)은 뛰어난 유연성과 판단력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플레이메이커 피요트르시베르체프스키(30ㆍ올림피크 마르세이유) 바르토시 카르반(26ㆍ레기아 바르샤바) 마렉 코즈민스키(31ㆍ브레시아) 등의 미드필드진도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약점
큰경기경험이 전무하다. 더구나 골을 창조해 내는 ‘10번’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아르카디우시 봉크, 마르친 제브와코프, 라도스와프 카우즈니 등이 번갈아 플레이메이커를 맡지만 아직 예지 엥겔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공수에 비해 미드필드진이 약한 편이어서 압박을 받을 경우 한번에 길게 올리사베데에게 연결하는 공격루트가 단조롭다. 또 수비수들이 장신이어서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센터링에는강한 반면 빠른 선수들을 자주 놓친다. 조예선서 경기당 평균 1.1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본기, 체력, 전술의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한국이 상대하기 벅찬것은 분명하다. 축구협회 아포스텔(61)부회장은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 공격이 모두 강하다”면서 한국보다 한 수 위임을 자신했다.
/이범구 기자
■엥겔감독 인터뷰 "홈팀 한국과 첫경기 부담"
3년째 폴란드축구대표팀을 맡아 동구의 강자로 탈바꿈 시킨 예지 엥겔(50)감독은 한마디로 덕장이다. 선수들은 “개인의 최대역량을 이끌어 낼 줄 아는 감독”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대패(0-4)한 이후 오랫동안 침체에 빠진 폴란드축구를 일신시킨 그를 국민들은 영웅으로 여긴다.
미츠키에비츠(49)축구협회장은 엥겔감독을 두고 “뛰어난 심리학자”라고 평가한다. 올리사데베를 발굴한 그가 최근에 발간한 수필집 ‘축구는 이런 것(Futbol na tak)’은 3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그가 강조하는 정신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폴란드가 한국과 같은 조에 속했다는 사실을 감안해서인지 그의 답변은 짤막했다.
-한국, 미국, 포르투갈과 한조가 됐는데.
“세 팀 다 굉장히 어려운 상대다. 포르투갈을 제외하면 서로 비슷한 전력이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한일월드컵에서의 목표는.
“16강 진출이 첫째목표다. 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다.”
-12월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1_0 승리를 거뒀다.
“잘 알고 있다. 친선경기라서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같다.”
-폴란드 대 한국전을전망해 달라.
“홈팀과의 첫 경기라 부담이 간다. 그 경기 결과에 따라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
-포르투갈이 초반 2승을 거둘 경우 한국과의 마지막 경기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
“단정할 수 없지만 폴란드가 포르투갈을 이길 수도 있다. 특별히 한국에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부적을 갖고 다닌다는데.
“2년전 교황 요한 바오로2세로부터 받은 조그만 카톨릭 종교화다. 마음의 안정을 줘 갖고 다니지만 맹신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훈련 계획은.
“월드컵 개막까지 12일 정도 함께 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평가전은 5번 정도 가질 계획이다.”
_수필집을 냈는데 어떤 내용인가.
“축구 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친 내 생각을 담았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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