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부문 매각을 기본축으로 진행돼온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하이닉스의 협상이 단순한 전략적 제휴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 값이 본격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채권단 내부에서조차 하이닉스 핵심사업부문의 매각이나 합병에 강한 반대론이 대두되고있기 때문이다.8일금융계와 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와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D램 사업부문 전체를 마이크론에 매각하려던 당초 방침을 대폭 수정, 단순한‘감산(減産) 제휴’를 추진하는 쪽으로 협상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은 반도체 값이 올 한해 평균 1달러(64메가D램 환산가격)에 머물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된 자구계획의 하나”라며 “현재로선지분맞교환을 통한전략적 제휴안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또다른 관계자도“당초 하이닉스지원을 결정할때 올해 하반기까지 64메가 D램 환산가격이 1달러50센트만 돼도 하이닉스의 유동성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 결론이었다”며 “최근 두 달 사이 반도체 값이 두 배 이상 폭등, 상황이 급변한만큼 무리하게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게됐다”고 신중론을 폈다.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시작된이후 줄곧‘합병 찬성’입장을 견지해 온채권단이 당초입장에서 180도 방향 선회를 한 것이다. 특히구조조정특위의 협상안은반드시 채권단 동의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채권단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향후 하이닉스-마이크론간 협상의 향배에 큰영향을 미칠전망이다.
채권단이 D램 매각반대입장으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가격의 급등이다. 채권단은 당초반도체가격(64D램 환산가)이 7.20달러(2000년 말) →3.10달러(2001년 1월4일) →1.10달러(3월 4일)로급락, 하이닉스가 유동성위기에 몰리자 긴급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D램 시세는지난 달하순 이후급격한 오름세를 타기 시작, 시장 주력제품인 128메가 SD램 값의 경우 채권단의 지원이 이뤄지던 지난 해 11월 1일 0.88달러에서 8일 현재 3.30달러로 급등했다.
채권단의 계산법대로 모든 D램 가격을 64D램 가격으로 환산하더라도 평균 2달러 수준이어서 당초 시나리오보다는 여건이 훨씬 좋아진 셈이다. 더구나 상당수 시장조사 기관들이 수요ㆍ공급 여건상반도체 경기가‘바닥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 역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중국의 PC시장의 폭발적 신장 ▦윈도 XP수요 급증▦일본ㆍ대만업체의 감산효과 본격화▦하이닉스ㆍ마이크론의 제휴협상 등으로 반도체 값이 상승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스티브애플턴 마이크론 사장이 이끄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협상단이 7일 오후 방한, 8일부터 하이닉스측과 3차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 협상단은 당초 부사장급이 단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사장이 직접 협상에 참여, 마이크론측이 반도체 D램 급등으로 협상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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