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서독월드컵에서 브라질을 꺾고 3위를 차지했고 4회연속 월드컵에 진출할할 만큼 동구의 강호로 군림했던 폴란드 축구는 80년대 레흐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연대노조’의 투쟁과 함께 격동기에 빠져들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유망 프로선수들이 해외로 빠져 나갔고 국가의 지원은 완전히 없어졌다. 이전 2만명에 달하던 프로축구 평균관중이 이 시기 2,000명까지 격감하는 등 축구의 존립자체가 어려워 보였다. 유소년들은 여전히 학교운동장에서 공을 찼지만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은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체제가 안정을 찾고 경제성장에 매진하면서 다시 축구에 대한관심이 일기 시작했다. 1만명 이상 수용규모의 경기장 10여곳을신설했고 유소년 축구 활성화등을 위해 숙박, 교육시설을갖춘 트레이닝캠프 10여 곳도 완공, 또는 건설중이다. 트레이닝캠프는 특히 겨울철 꿈나무들을위한 축구교육의 장으로 활용, 폴란드 축구의 미래를살찌우고 있다.
현재 유럽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폴란드 선수는200여명. 2년전만 해도 유럽 빅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는 마렉 코즈민스키(이탈리아 브레시아) 등 손꼽을 정도 였다.
그러나 2002한일월드컵 지역예선서 승승장구하자 GK 예지 두덱, 스트라이커 올리사데베, 야체크 봉크 등이 속속 빅리그행 비행기에몸을 실었다. 이제 대표팀 대부분은 독일 잉글랜드 등 빅리그에서 활동 중이며 최근 아르카디우시 봉크가 잉글랜드 버밍햄으로 이적하는 등 선수의 해외진출은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각에서는 90년대 유럽 빅리그의 선수 공급처였던 유고슬라비아 대신 21세기에는 폴란드가 이 역할을 떠맡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나오고 있다.
축구협회 리츠키에비츠(49)회장은 “선수들이 축구여건과 보수가 좋은 서유럽으로 나가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국내 축구열기가 시들 우려가 있지만 어떻게 말릴 수 있겠냐”며 걱정한다.
폴란드 축구협회는 최근 장기발전계획마련에 들어갔다. 이 발전 계획의정점은 모든 학교에 축구장을하나씩 건설한다는 원대한 것이다. 국토의 95%가 평야로축구장 부지는 얼마든지 마련할수 있는 잠재력에다 나토 가입에 이어 동구에서는 가장 먼저 유로가입까지노릴 만큼 성장한 경제력으로축구에 대한 지원에 박차를가하겠다는 복안이다.
헨리크 아포스텔 협회 부회장은“80년대 침체기이후 프로축구 평균관중 감소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면서“그러나 몇 년 지나면폴란드 축구는 서구 수준에근접할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범구 기자
■폴란드 대표 봉크
“한국축구는 상당한 수준이다. 폴란드와 대등한 경기가 예상된다.” 폴란드 국가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버밍엄으로의 진출이 결정된 아르카디우시 봉크(29ㆍ폴로냐 바르샤바)는 폴란드대표팀에서 한국팀을 아는 유일한 선수다.
그는 유럽지역 예선 10경기중 후반 5경기에 출장, 올리사데베의 뒤를 받치는 공격수로 뛰었다.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폭넓은 활약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엥겔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도 대표팀에서의 활약 덕분이다.
그는 지난 해 초 키프러스에서 안양LG와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축구를 처음 접했다.“한국축구가 예상외로 빠르고 선수들의 개인기와 팀 전술 모두가 훌륭해 당시 폴란드의 폴로냐와 안양은 박빙의 경기를 펼쳤다”며“프로팀이 그 정도 실력이면 한국대표팀과 폴란드는 월드컵에서 멋진 상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봉크는 176㎝76㎏의 탄탄한 체격을 지녔다. 올리사데베가 폴로냐에 있던 시절 3년간 보조공격수로 호흡을 맞췄다. 그래서 그는 올리사데베와 뛰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올리사데베가 처음 폴란드로 왔을 때 빠르고 거친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애 먹었지만 얼마안가 최고의 순간 스피드와 감각적인 슈팅으로 스타로 자리 매김 했다”고 칭찬했다. 올리사데베가 없었다면 앤드리 셰브첸코가버틴 우크라이나를 결코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두고 좋은 얘기만 하던 그가 한국팀의 훈련방식을 묻자 이의를 제기했다.그는 “한국(안양) 선수들은 딱딱한표정에다 말도 않고 시종일관 뛰기만 했다”면서 “성실한 훈련자세는 좋지만 선수간의 대화 부족은 팀워크를 키우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국특유의 위계질서 문화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이다.
봉크는 개인적으로는 폴란드가 우세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은 기후, 응원, 익숙한 그라운드 등 개최국의 이점이 있어 폴란드가 우위를 점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국이 네덜란드, 프랑스, 체코 등에 대패하며 유럽에 약세를 면치 못한 것에 대해서도 “홈코트에서 그러한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범구 기자
■폴란드 팬클럽회장 안제이 보보프스키
“1,000∼2,000명이 한국에 응원갈 것이다. 하지만 한국팬들의 응원을 압도할 자신이 있다.” 백발이 성성한 폴란드축구 팬클럽 회장 안제이 보보프스키(62ㆍ건설업)씨는 자신의 차에 북과 나팔, 모자 목도리 등을 항상 갖고 다닌다.
사회주의 정권하에서도 월드컵 경기를 참관, 벌써 6번의월드컵에서 75차례 경기를 관전했다. 스스로 “기네스북 감”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요즘 한국팬들에 들려줄 노래를 구하느라 바쁘다. 물론 응원가다. 폴란드에서불리는 응원가중 좋은 것과 새로 개발한 것 포함, 15∼20곡을 준비해 CD에 담아 갈 계획이다.
그는 이응원가로 90분 동안 폴란드 팬들이 어떻게 응원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폴란드 팬들은 종종 (상대팀 팬들과) 충돌할 만큼 열정적이라는말도 덧붙였다.
그가 밝힌 폴란드 국가대표팀 팬클럽은 300∼400명도. 10대 초중반의 축구팬이 많지만 입회연령을 18 이상으로 규정, 소수 정예화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회원이 젊은층이지만 40대가 30%에 이를 정도로 팬클럽의 연령층은 다양하다고 했다. 그래도 한국에 비해 너무 적은 숫자라고 말했더니 고정적으로 열심히 응원하는인원이 그 정도이고 인터넷 등을 통해서 지원하는 팬들은 1만명에 육박한다고 대답한다.
그는 한국 일반 팬들의 응원문화에 이의를 제기했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_벨기에전(1_1)을관전했는데 한국팬들은 조용히 경기를 관전, 도대체 자국팀을 응원하러 온 건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2002한일월드컵에서도그렇게 응원한다면 한국팀은 홈그라운드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일본팬들은 지고 있음에도 ‘간바레(파이팅)’를 외치며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일본 축구팬이 더 좋다고 밝혔다.
보보프스키씨는 또 “축구는 부자나라가 항상 가난한 나라를 이기는 것도, 잘하는 팀이 못하는 팀을 항상 이기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이 나를 축구에 빠지게했다”며 “하지만 폴란드가 객관적인 전력상 확실한 우위를 점해 폴란드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경기를 할 경우 250명정도가 응원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국은 하루 70∼80달러로 지낼 수 있어 최소한 1,000명이상이 응원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꿈에폴란드가 (한국에) 3_2로 이겨 기뻤다”며 본선에서 자국팀의 승리를 확신했다. /이범구 기자
■폴란드, 프로 36개팀 활약
폴란드 프로축구 최고 명문팀은 수도 바르샤바를 연고지로 하는 레기아 바르샤바와 고도(古都) 크라코프에 있는 비수아크라코프.
1997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대우가 스폰서를 맡아 우리에게도 낯익은 레기아바르샤바는 1916년 창단한 가장 역사 깊은 구단이다. 또 수도에 있다는 이점 때문에 국민구단으로 꼽힌다. 바르토시, 카르반 등 2명의 국가대표를 보유하고 있고 재정상태도 가장 나은 편이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명 수준. 구장도 1만5,000명 수용규모에 불과하고 구단 사무실은 낡은2층짜리 목조건물이다. 이것이 겉으로 드러난 폴란드 프로축구의 현실이다.
하지만 폴란드 축구의 잠재력은 젊음에 있다. 폴란드 축구는 6개 디비전으로 나뉘어있다. 프로인 1, 2부리그(1부 16개팀, 2부 20개팀)는 축구협회의 직접 감독을 받고 아마추어인 3부리그부터는 16개 지방축구협회의 감독을 받는다. 폴란드 축구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35만명으로 요즘 유소년들의 등록붐이 일어 축구협회 마저 정확한 통계를 못 내고 있다.
6월 시즌을 시작하는 폴란드 1부리그는 올해 리그방식을 바꿨다. 16개팀을 두그룹으로 나눠 전반기를 마친 뒤 각 그룹 상위 4개팀(8팀)을 추려내 후반기를 치른다.
후반기에선 전반기 1_8위, 2_7위가 맞붙는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하위 8팀은 2부리그로 탈락하는 최하위 두 팀을 가려낸다. 이렇게 리그방식을 바꾼 것은 막판 순위경쟁에서 의심되는 구단간의 ‘장난(trick)’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방식도 실험용이다. 더 좋은 방식이 있다면 올해라도 당장 바꾸겠다며 열린 자세를 보인다. 발전을 위해서라면 한마음으로 뭉쳐있는 축구인들이 사고방식을 활짝 열어 놓겠다는것이 바로 폴란드축구의 인프라이다.
축구협회에서 월드컵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라이센싱 매니저 봐디슬라브 푸찰스키씨는“월드컵 지역예선 통과로 국민들 사이에 축구열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면서 “폴란드축구가 올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차우 리츠키에비츠(49)협회장은“포르투갈이 강팀이지만 폴란드가 이길수도 있다”면서 폴란드가 더 이상 복병이 아니라 ‘태풍의 눈’이됐음을 강조했다.
한편 폴란드는 74서독월드컵과 82스페인월드컵서 3위에 올랐을 정도로 월드컵에 출전하면 좋은 성적을 올린 팀이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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