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에는 강남지역에 일고 있는 투기과열 조짐을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기 진화하자는 의지가 담겨있다.당장은 세무조사라는 물리력을 통해 아파트 급등세의 불길을 긴급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서울 인근 그린벨트에 1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 수급조절을 통해 시장안정을 꾀하기로 했다.
■ 대책 왜 나왔나
건교부에 따르면 작년 10~12월 전국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0.4~0.8%에 불과한 반면 서울 강남지역은 10월 0.3%에서 11월 0.7%, 12월 2.1%로 급상승했다.
매물은 자취를 감춘 대신 무조건 사두면 떼돈을 벌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만 무성한 상태다.
급기야 수도권 신도시 등 다른 지역의 집값도 고개를 들 조짐이다.
강남지역의 집값 폭등은 작년 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유명 학교와 학원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지역으로의 ‘맹모삼천(孟母三遷)’형 이사가 늘어난데다 강남지역 재건축에 따른 가격상승을 기대한 투기수요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
연초부터 물가가 들먹이는 상황에서 집값 오름세를 잡지 못할 경우 물가안정을 통한 경제운용에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일부 지역의 집값 폭등은 지역ㆍ계층간위화감을 조성하고 부동산 가격질서를 왜곡할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 어떤 내용이 담겼나
주택시장 변동의 진원지 역할을 하는 강남지역의 투기수요를 강력 억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분양권 전매자 등 투기 혐의자의 양도소득세 성실신고 실태와 자금출처 등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미등기전매, 매물감추기 등 불법행위도 솎아낼 방침이다.
또 최근 강남지역 아파트에 대한 기준시가를 수시로 조정, 차액만큼 세금을 물리는 한편 학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와 인가취소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재건축의 경우 서울5개 지구 저밀도 아파트 5만1,000가구의 재건축 시기가 집중되지 않도록 조정하거나 일정 자체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중장기적인 주택수급정책이 뒷받침된다.
건교부는 앞으로 해제될 수도권 주변의 그린벨트 중 의정부 남양주 광명 고양 의왕 등 총 260만평을 택지지구로 지정,2005년 말 입주를 목표로 10만 가구의 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곳에는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국민임대주택 4만3,000가구와 함께25.7평 이하의 공공임대주택 1만7,000가구가 들어선다.
또 18~25.7평 이하 2만가구, 25.7평 초과 1만5,000가구 등 총 3만5,000가구의 일반 아파트들이 건설된다.
■ 집값 잡을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투기심리를 단기적으로 잠재우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최근 강남 집값 폭등이 심리적 가수요가 작용하면서 호가만 올라가는 측면이 강했던 만큼 시장이 진정 국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집값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교육적 수요가 급증하는 강남지역의 아파트 급등세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편리한 생활 여건과 교육 환경 등 강남의 지역적 부가가치를 찾는 수요를 적절하게 분산시키지 않는 한 집값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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