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살림을 하는 주부 입장에서도 냉장고에는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가끔 청소를 하려고 냉장고를 열어 보면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이런 저런 것들이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먹다 남은 반찬은 기본이고, 빵과 과자에 때로는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없는 우황청심원 조각까지. “알아서 척척 쓸데없는 것 버리고, 스스로청소하는 ‘스마트 냉장고’는 왜 없을까.”
지난해 양대 가전사인 삼성과 LG는 문 두 짝이 양쪽으로 벌어지는 대형 냉장고를 두고 ‘혈전’을 벌였습니다.
또 있습니다. 냉장고 안에서 360도 회전된다는 냉동실정리함과 ‘깔끔한 냉동실’을 만들게 해준다는 각종 사각보관함 수십여종 세트 등 냉장고에 ‘빌붙어’ 사는 부속 상품들은 한 둘이 아닙니다. 히트 상품 ‘김치 냉장고’에 이어 최근에는 화장대처럼 화장품을 넣어두는 화장품 냉장고, 먹다 남은 반찬을 넣어두어 냉장고에 반찬 냄새가 배는 것을 막아준다는 반찬냉장고까지 나왔습니다.
장롱만한 문 두개짜리 냉장고(300만원)에 김치 냉장고 큰 것 하나(150만원), 냉장고 정리함을 두개만 사고(10만원), 새 냉장고에 반찬 냄새 배면 안되니까 MBC TV ‘러브 하우스’에 나온 반찬 냉장고(50만원)하나들여 놓고, 알뜰하게 화장품을 쓰기 위해 화장품 냉장고(25만원)까지 들여 놓으면 자그마치 535만원.
그런데 앞으로 이런 게 또 나오면 어떻게하지? 숙성된 고기 맛을 보장하는 ‘고기 전용 냉장고(쇠고기,돼지고기, 닭고기용 3종 세트)’와 ‘생선 전용 냉장고’, 과일의 풍미를 유지시켜 준다는 ‘과일 전용 냉장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키즈 냉장고’, 맥주와 마른안주 보관에 그만이라는 ‘애주가용 냉장고’….
물론 상상이지만 냉장고는 앞으로도 수많은 종류가 나올 것이고, 그럴 때마다 그럴듯한 ‘존재 이유’가 있겠지요.
가장 좋은 냉장고 하나 추천해 드릴까요. 김치는 먹을 만큼만 꺼내 먹고, 한 두 점 남은 반찬은 미련 없이 버리고, 요즘처럼 추울 때는 생수나 웬만한 야채는 바깥에 보관하고, 냄새가 날것 같으면 떡갈나무 잎이나 원두 커피 찌꺼기를 넣어 두고, 일주일에 한 번만 베이킹 파우더 푼 물로 청소를 하면?
아마 냉장고 살 돈으로 다른것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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