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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박주연씨 '돌림노래' 전…'쓰레기'가 화랑을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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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박주연씨 '돌림노래' 전…'쓰레기'가 화랑을 점령하다

입력
2002.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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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봉지 135개가 전시장에 걸렸다.13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리는 ‘박주연-돌림노래(Rhyme)’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면과 모서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빈 과자봉지 설치작품이 눈길을 끈다.

제목도 없다. 3줄의 과자봉지가 가지런히 45열 종대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자세히 보면 모두 외국산 과자봉지다.

‘골든 원더(Golden Wonder)’ ‘다임 바(Dime Bar)’ ‘훌라 후프스(Hula Hoops)’ 등 눈에 띄는 원색으로 치장한 온갖 과자봉지가 벽면에 살짝 붙어 있다.

각각의 과자봉지 밑에는 ‘브릭레인’ ‘하이드 공원’ ‘옥스퍼드거리’ 같은 런던의 거리 이름이 하나씩 붙어 있어 궁금증을 더한다.

“이 과자봉지는 1년여 동안 런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직접 주운 것들입니다. 쓰레기라는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사물에 나름대로 고유한 이름을 부여한 것이죠. 일상에 대한 재해석이자, 대량생산 후 폐기처분된 상품에 대한 일종의 명명(命名) 작업입니다. 비록 거리이름이지만 과자봉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요?”

10여 년 동안 런던에서 살며 런던대 섬유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 박주연(30)씨의 설명이다.

‘일상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작가의 의도는 20세기 전위미술의 선구자 마르셸 뒤샹(1887~1968)이 1917년 전시장에 변기를 오브제로 출품한 사건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일상의 사물(오브제)은 언제든 작가에 의해 새로운 미술작품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일상의 사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영상설치작품 ‘드래그’에서도 드러난다.

우편물 포대에 고급 천을 붙여 길거리에 놓아둔 뒤 이를 바라보는 행인들의 반응을 ‘몰래 카메라’로 포착한 작품이다.

발로 차거나, 속을 들여다보는 등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평범한 우편물 포대라면 누가 그런 행동을 하겠습니까. 일상적인 사물의 작은 변형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 것이지요.”

전시회에는 이밖에 감자가 담긴 포대, 길거리에서 주운 비닐봉지, 런던의 한 버스에서 몇 년째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와 한 인터뷰 영상물 등도 설치돼 있다.

지난해 런던 씬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박씨는 작년 8월 한국문예진흥원의 기획초대전 공모에 당선돼 이번 전시회를 갖게 됐다.

박씨는 “런던거리의 쓰레기들이 원래의 일상적인 환경을 벗어나 서울에 왔을 때 관람객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02)760-4720

박주연씨는 "일상의 사물이 부르는 돌림노래를 관람객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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