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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홈트레이더 정지숙씨 "1억원이 3억원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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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홈트레이더 정지숙씨 "1억원이 3억원 됐어요"

입력
2002.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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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원 투자했더니 3억 원이 됐어요.”여성 홈트레이더 정지숙(26)씨는 지난해 12월 팍스넷과 동원증권이 공동 주최한 달인리그전에서 47%의 수익률로 종합 4위를 기록했다.

이보다 5개월 앞서 벌어진 굿모닝증권 주최 주식투자 실전대회에서도 수익률 139%로 대학생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정씨가 2000년 초 대학(한국외국어대 생명공학3)을 휴학하고 전업 홈트레이더 생활을 시작할 당시의 종자돈 1억 원은 현재 3억 원으로 불어나 있다.

이 기간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20%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우수한 수익률이다.

섣부른 지식으로 투자에 나섰다가 원금을 모두 날려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이제 주식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투자에 임하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사는 정씨의 아파트 거실에는 두 대의 PC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그는 주식 거래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쪽 PC 모니터에 뜨는 주식 시황을 확인하면서 다른 한쪽 PC로 바쁘게 주문을 낸다.

PC에 설치해 놓은 한화증권의 HTS프로그램의 기능을 자유자재로 작동시킬 줄 알고 각종 차트와 그래프의 변화를 한 눈에 해석할 줄 안다.

그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일간지 5종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미국 증시, 아프간 전쟁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뉴스를 체크한 상태.

장이 끝나도 쉴 틈이 없다. 팍스넷을 비롯한 증권사이트에서 새로운 종목과 재료를 분석하고 해당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한다.

“주위의 아줌마 투자자들을 보면 공부는 안하고 애널리스트 추천종목을 무작정 사는 묻지마 투자가 태반이에요. 그러면서 수익이 나기를 바란다면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격이지요.”

▼자기만의 패턴을 개발하라

그는 “대중이 선호하는 주식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격언에 따라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덜한 중ㆍ소형 세력주를 눈여겨보았다가 상승 움직임이 포착되면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그에게 첫번째 희열을 안겨준 종목은 코스닥 A반도체사.

2000년 하반기에 5만 원대까지 육박했다가 하강곡선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정씨는 매입 목표치로 설정한 2만 8,000원 대로 진입하자 과감하게 대량 매집에 나섰다.

이 종목은 2만 7,000원에서 바닥을 찍더니 연일 상한가를 치면서 4만6,000원까지 올랐다.

“지표를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량 매집 세력의 심리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대량 매집세력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하는 관점에서 투자에 나섭니다.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기에는 여성이 유리하죠.”

정씨는 이 같은 과정으로 B캐피털 종목 등에 투자해 이익을 냈고 현재 코스닥 C엔터테인먼트 종목과 D제조업체 종목을 관찰하고 있다.

“상승곡선이 이어지다가 5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지면 미련없이 주식을 매도합니다. 정확한 매매 타이밍은 꾸준한 주식공부는 물론이고 풍부한 실전 경험을 거쳐야 생깁니다.”

■1억원을 날려 봤다

정씨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가 집에서 홈트레이딩을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눈여겨 보면서 주식투자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이 마음 속으로 고른 종목이 척척 오르는 것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집안 망하게 할 일 있느냐”는 부모의 만류를 단식을 해가며 물리치고 아버지 명의로 1억 원이 들어있는 계좌를 꿰찬 때가 2000년 3월.

그러나 전형적인 ‘묻지마 투자’의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50만 원 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만 믿고 37만 원 대에 사둔 삼성전자 주식이 반토막이 났고 급한 마음에 루머를 좇아 급등 종목을 미수로 무모하게 매입하다 보니 남은 것은 깡통계좌밖에 없었다.

결국 부모를 졸라 1,000만 원으로 다시 시작해 지금의 성공을 일궈냈다.

그는 “여성 주식투자자는 꼼꼼하게 따져보는 강점이 있지만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고수라도 실패하는 때가 반드시 생기는 만큼 사전에 남편이나 부모의 동의를 얻고 나서 홈트레이딩에 나서라”고 당부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홈트레이딩 하려면

가정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집에서 클릭 한 번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여성 홈트레이더가 늘고 있다.

홈트레이딩이란 증권사에서 나눠주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해 객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주식시황을 분석하고 주식 매매를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증권거래소와 인터넷매트릭스 조사에 따르면 여성 주식투자자가 전체 투자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6%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주부 네티즌 4명 중 1명꼴로 주식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성 홈트레이더가 늘자 증권사들은 홈페이지에 여성전용 코너를 만들어 여성에게 필요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코너, 게시판,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객장에 여성전용 휴게실을 만든 곳도 있다.

홈트레이딩은 인터넷을 알면 집에서 매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 입장에서 편리하다.

또 새롭게 쏟아지는 주식 정보와 재료, 국내외 각종 뉴스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주식을 사거나 팔 때 내는 수수료가 0.1~0.05% 수준으로 전화주문이나 증권사 객장주문 때보다 싸다.

홈트레이딩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자도 나타나고 있다.

홈트레이딩을 하려면 시중의 대신, 동원, 쌍용, 삼성증권 등 증권사 지점에 들러 계좌를 만들고 ID와 비밀번호를 부여받은 후 HTS프로그램 CD를 받아 PC에 설치하면 된다.

HTS프로그램은 각 증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려받기해도 된다. 홈트레이딩 서비스는 증권사별로 내용에 차이가 있으므로 속도, 안정성, 수수료율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한번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손에 익어 바꾸기가 쉽지 않다. 홈트레이딩 품질비교 사이트 스톡피아(www.stockpia.co.kr)를 이용하는 것도 요령이다.

그렇지만 여성이 홈트레이딩에 나섰다가 돈을 벌기보다는 잃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증권정보사이트 팍스넷(www.paxnet.co.kr)의 박찬근 홍보팀장은 “여성 주식투자자들이 수적으로는 전체 주식투자자의 40% 가량을 차지하지만 증권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팍스넷의 여성 회원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면서 “여성 주식투자자들은 남성들보다 공부를 하지 않는 편이고 애널리스트의 추천종목을 무조건 따르는 ‘묻지마 투자’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홍보부의 정혜영씨는 “고위험 고수익의 속성을 가진 주식투자에서 사전 준비 없이 나서는 것은 결국 작전 세력에 놀아나는 꼴”이라면서 “차트나 그래프를 보고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주식 이론을 연마하고 모의투자대회에서 실력을 쌓은 후에 500만 원이하의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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