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나 연초에는 어김없이 개각설이 나온다.“묵은 것을 털고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개각을 하자”는 논리다. 내각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인사들, 승진을 도모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기대가 겹치면서 개각설은 갈수록 커져 간다.
그러나 청와대는 “개각을 위한 개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선을 그었다. 개각의 시기, 규모, 그리고 초점인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거취와 경제팀의 개편 여부를 진단해 본다.
시기 당장 개각을 단행해야 할 요인은 별로 없다. 내각의 결정적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어느 때보다 안정돼 있다는 평가도 있다.
과거에는 정국이 꼬이면 개각 카드를 활용했지만 지금은 그 약효가 얼마 가지 않는다.
임기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내각의 안정성과 일관성에 비하면 개각의 정치적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청와대의 지배적인 견해다.
오래 재임한 장관도 별로 없다. 재임 1년을 넘는 각료는 이 총리와 진념(陳稔) 경제부총리, 김명자(金明子) 환경부장관,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 뿐이다.
교육부총리는 지난해 2월에 임명됐고 외교 국방행정자치 과기 산자 정보통신 보건복지부 장관은 3월에, 법무는 5월에, 여성은 1월에, 문화관광 해양수산은 9월에, 건교부 장관은 10월에 임명됐다.
일각에서는 14일 연두회견 후 개각을 단행, 새 장관들이 2월초 업무보고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업무보고는 부처의 시스템이 하는 것이며 개각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각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2월말이나 3월에 개각을 할 수는 있지만 1월은 그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총리 거취와 규모
2월말이든 3월이든 개각이 단행된다면 초점은 총리의 거취다. 거론할수록 커지는 개각의 생리상 ‘총리를 포함한 조각 수준’이라는 전망이 그럴듯하게 퍼진다.
그러나 조각 수준의 개각설은 시원한 느낌을 줄 지 몰라도 내각의 안정, 행정의 효율성 차원에서는 무모한 측면이 있다.
이 총리에 대해서는 각료대부분이 통할 능력을 인정한다. 이 총리의 굵직한 정치, 행정 경력과 연륜이 내각을 무리없이 이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이다.
아울러 지난해 9월 DJP 공조가 깨질 때 이 총리는 자민련의 출당 조치를 감내하면서 내각에 남았다. 정치 도의상으로도 ‘석 달만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있을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정치적으로도 새 총리의 임명은 부담이다. 새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이 정국의 이슈가 될 게 뻔하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 경우 청와대는물론 민주당도 이에 매달려야 해 4월 경선의 기세를 살리지 못 할 수도 있다.
장관들의 경우 지방자치선거를 고려, 불가피하게 정치인 출신들은 교체해야 하지만 다른 장관들은 일을 잘 하느냐에 따라 교체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장관은 햇볕정책의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통일부장관, 취임 초부터 돌출발언으로 정책혼선을 야기한 정통부장관 등이다.
따라서 개각 규모는 중폭의 보각 이상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팀
교체여부는 업무 능력이 최우선시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팀은 미, 일, EU 등대부분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지난해 2%대 성장을 기록, 지표상으로는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공적 자금의 관리소홀, 완결짓지 못한 구조조정, 공공부문 개혁 부진 등이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들때문에 경제팀을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는 논리가 우세하다. 새 경제팀이 들어서면 지난 정책들에 대해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YS정권 말기 경제부총리가 바뀌면서 경제정책의 혼선이 야기된 것은 반면교사다. 현 경제팀은 다음 정권에서 구조조정과 공적 자금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 마무리에 나서야 할 처지다.
내부의 자리이동이나 보완 수준 이상의 큰 교체는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아직은 지배적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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