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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朱木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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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朱木의 나이

입력
2002.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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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점심시간은 대개 세월의 덧없음과 건강을 주제로 한 덕담으로 채워지게 마련이다.수은주가 10도 이하로 내려갔던 2일에도 비슷한 화제와 덕담이 지난 뒤 한 동료가 "오늘 아침에 받은 전화 세 통이 모두 부음이었다"고 말했다.

환절기나 혹한기에 부음이 많다는 경험이 확인된 자리였다.

오후에는 오래 신문삽화를 그려온 회사 선배의 부음이 날아오더니, 마감 후 잠시 산책을 다녀 오니 친구의 돌연사(突然死)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정 많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친구와 선후배들의 궂은 일을 도맡아 주기로 유명했던 그의 부음은 여러 사람을 당황하게 했다.

건강관리와 신앙생활에 철저한 사람이었기에 더욱 믿어지지 않았다.

새해 첫날 시무식을 겸한 점심식사 때 약간의 술을 마신 그는 몸이 안 좋다며 일찍 퇴근했는데, 원인 모르게 의식을 잃고 아파트 계단에 쓰러져 숨진 상태로 가족에게 발견되었다.

오래 고혈압 약을 먹었고, 심근경색이 있었다는 것은 가족 말고는 몰랐다.

■밤 늦은 조문으로 잠이 부족했던 다음 날 아침, 1,400살 주목 기사에 눈길이 멎었다.

산림청이 강원 정선군 사북읍 두위봉 정상에 있는 주목의 생장편을 광학현미경으로 분석해 나이테를 측정해 보니, 1,400년쯤 되었다는 것이다.

삼국시대 중기에 싹이 터 해발 1,460m 산꼭대기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한 해 0.7~1mm씩 나이테를 불렸다.

그렇게 자란 밑둥 둘레가 4.68m, 키가 14.5m.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단단한 목질의 비밀이 그것이다.

■나무는 욕심이 없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극소량의 지하 수분으로 만족하고,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가뭄에 대비해 물을 비축하지 않는다.

비바람이 거세어도 피하거나 비키지 않고 온 몸으로 맞는다. 추워도 더워도 변함이 없다.

그렇게 천년을 살고, 죽으면 또 천년을 그렇게 서 있다. 그렇게 오래 산을 지키면서 뭇 생명에게 이로움을 주면서도 뽐내지 않는다.

초로(草露)와 같은 인생을 살면서 더 많이 얻으려고 지지고 볶는 인간에게 주목의 나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언 땅에 친구를 묻으면서 오래 천착한 물음이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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