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여자국제심판 임은주(36)씨가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2일자로 월드컵조직위원회 경기국 심판담당관 직함을 새로 얻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조금 무리를 하면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축구행정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두 달간 고민과 망설임 끝에 새 도전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고 본업을 접은 것은 아니다. 국제심판, 프로연맹심판 일을 병행해도 좋다는 양해를 받아둔 것이다. 임은주씨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여러 개 동반한다.
한국최초의 여자국제심판(1997년), 아시아인 첫여자월드컵 주심(99년), 세계 첫 국내 (남자)프로리그 여성전임심판(99년),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남자 국제대회 세계 첫 여자주심(2001년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 등….
“도전이 나의 꿈”이라고 말하는 임은주씨는 이제 세계 최초로 (남자)월드컵 무대에 서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이를 위해 3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주심을 맡았던 국내 프로경기 녹화테이프를 FIFA에 보내는 적극성을 보였고 국제경기 때는 의도적으로 심판감독관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추려고 애도 썼다.
임씨는 “가장 보수적이라는 FIFA가 월드컵 때 여자심판을 기용한다면 이는 혁명적인 사건으로, 축구에서 남녀평등의 시대를 알리는 서곡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2002월드컵 심판진구성은 2월말에서 3월초면 결정되는데 임씨가 선발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게 국내 축구계의 전망.
지난 해 12월1일 본선 조 추첨 때 FIFA가 임씨를 조 추첨자로 직접 선발한 점, 아시아축구연맹이 최우수심판으로 뽑은 사실(5월)도 고무적이다.
“심판이 직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임씨는 ‘잘 나가는’ 심판 일을 2003년 여자월드컵을 끝으로 마감할 생각이다.
대학강단을 거쳐 여자로는 처음으로 FIFA 심판감독관(inspector)이 돼 ‘세계최초’ 기록을 더 늘리겠다는 욕심이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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