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엔저(円低)’에 따른 환율 정책의 무게중심을 물가보다는 수출에 두기로 한 것은 ‘수출이 살아나지 않으면 그동안 재정을 투입해 간신히 지펴놓은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또 올해 국내총생산(GDP) 목표 성장률(4.0%)이 잠재성장률(5%)을 밑돌기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는 현실적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물가보다는 수출이 다급하다
일반적으로 원ㆍ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은 경제 전반에 두 가지의 상반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달러 표시 수출품 가격을 하락시켜 수출을 증대시키는 반면,원유나 곡물, 기계설비 수입 가격의 상승으로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8년 이후 경제동향을 분석한 결과 원ㆍ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4개월이 지났을 때 1.3%포인트 상승한다.
그러나 수출은5개월이 지나면4억달러 늘어나고,수입은 14억달러 줄어들어 전체 무역수지는 최대 15억달러 가량 개선된다.
따라서 정부가 수출경쟁력 회복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은“현재로서는 물가보다는 수출이 더 다급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 3일“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안정, 공공요금 추이 등을 감안하면 200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2001년보다 낮은3.0% 내외이며, 심각한 물가불안 요인은 없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서 본격적 경기 회복은 지난해 12%나 감소한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것을 뜻하며,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 악화로 수출이 하반기에도 회복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재정ㆍ금융정책을 통한 내수진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는 엔화절하에 따라 적절한 환율관리 등을 통해 기업의 수출환경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율, 얼마나 오를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없더라도 일본과 해외에서 경쟁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35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던 원ㆍ달러 환율이 3월 이후 달러당1,310원까지 급등한 것도 당시 엔ㆍ달러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외환위기 이후 엔ㆍ달러 환율이 10엔 상승하면 원ㆍ달러 환율은4개월 뒤에는 65원 가량 상승하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엔ㆍ달러 환율 상승 폭만큼 올라갈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원화와 엔화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해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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