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점심식사 6,800원(회원10% 할인에 포인트사용으로 1,360원 할인), 온라인 만화구독 및 전화벨 소리 다운로드 4,000원(OK캐쉬백 누적 포인트 사용으로 무료),백화점 스웨터 구입 등 쇼핑 6만6,000원(누적 포인트로 2만원 상품권 할인), 기름값 3만원(보너스카드 사은품 당첨)….직장인 곽소정(27ㆍ여)씨가주말에 정리한 영수증 목록이다. 그는 포인트 카드 가맹점을 절묘하게 골라 다니고, 그동안 쌓인 현금 적립포인트를 사용한 덕에 2만5,860원을절약할 수 있었다.
■마일리지의 위력
상품구매 및 서비스 이용 실적에 따라 고객에게 일정 비율의 점수를 주고누적 포인트에 따라 물건값을 할인해주거나 사은품을 주는 ‘마일리지(포인트 적립) 서비스’가구매 보조 및 마케팅 수단을 넘어 ‘제 2의 화폐’ 반열을 넘보고 있다.
항공사에서 시작된 마일리지 카드는 이제 대기업 중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하지 않는 회사를 찾기 어려워졌고동네 슈퍼마켓과 미용실에서조차 마일리지 카드를 발행해 할인공세를 펴면서 알뜰 소비의 필수품이 됐다. 특히 마일리지가 결제수단 등 현금역할까지 하면서‘포인트 경제’의 외형은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충성 고객의 가치는 무한대
기업 측면에서 볼 때 포인트 적립제도의 미덕은 단골 확보와 상세한 고객 정보 입수가 단연 으뜸이다.주유소 멤버십 카드인 ‘앤크린 보너스 카드’와 011휴대폰 회원을통합해 출범한 OK캐쉬백 회원은 현재 1,650만명. 포인트 적립과 사용범위를 일상생활로 옮기고, 온라인 결제 및 현금 반환서비스까지 하면서 젊은이들과주부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5만여 개 가맹점을 이용하거나 식료품 등 11개사 80여개 제품을 구입, 사용 금액의 일정비율을포인트로 적립하는 ‘캐쉬백 마니아’는 줄잡아 500만명.전체 회원중 30% 가까운 고객이 월 1~2회 이상 카드를 사용해 포인트를 적립하고 있고, SK의 CRM(고객 관계 마케팅)에 따라 전체 회원의10%가 언제라도 충성 고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SK측의 설명이다.
누이좋고 매부좋고 현재까지는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다. 99년 이후 누적된 고객 포인트 액수 1,200억원 중 경품신청이나 현금반환등 SK측이 감당해야 하는 돈은 900억원 이상. 반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40억원이 고작이다.
그러나 수백만명 고객의 신상정보에덧붙여 구매 취향 및 시점, 생활 패턴이 아우러진 종합 데이터베이스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이다. 게다가 상당수의 물품 구입이 SK를 매개로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업 인지도 상승효과가 어마어마하다.
롯데 패밀리 카드와 011TTL 카드 보유 고객 등에게 구매금액의 5%를 할인해주는 롯데리아의 경우 포인트 카드 고객의 1인당 구매액수가 현금 구매자보다 50% 이상 많은것으로 나타났다. 월 500여억원 상당의 매출액 중 포인트 카드를 통한 매출액도 지난해 말 10%대에서 현재는 15%까지 상승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아무래도 음식값을 깎아주면 많이 먹게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필요선인가 필요악인가
포인트카드는 발급 조건이 나이, 경제력, 신용도 등을 따지지 않는 등 신용카드에 비해 느슨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주범이라는지적도 있다. 실제로 포인트 카드를 흉내낸 각종 사기성 카드사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일정금액의 회비를 받은 뒤 평생회원으로 가입하면 각종 상품구입시 할인과 포인트 적립 이외에도 콘도, 스키장 등 고급 시설의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는 ‘할인회원권’의폐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월1일~11월25일할인회원권 관련 상담건수는 6,862회로 전년 동기에 비해 3.5배나 증가했다. 할인율, 할부기간, 서비스 내용이 계약과 다르고 해약 요구를 수용하지않는 등 피해사례도 다양하다. 소보원 관계자는 “외상에다 물건값까지 깎아주는 포인트 카드는 일반 신용카드보다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낳을 수 있다”며 “일부 포인트카드는 박리다매와 소비자 정보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기업측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인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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