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에서 신년 벽두부터 경기부양책을 놓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지난해 말 경기부양책과 관련된 법안을 하원에서는 통과시켰으나 상원에서는 민주당의 저지로 좌절을 겪어야 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는 “경제는 곧 안보”라며 의회 통과를 재차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톰 대슐 상원 원내총무 등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워싱턴 정가는 벌써부터 연말에 치러질 중간 선거의 전초전에 휩싸인 분위기다.
텍사스주 크로포드의 목장에서 연말연시 연휴를 보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5일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의 한 마을에서 가진 공청회에서 지난해 초 우여곡절 끝에 의회를 통과했던 10년간1조 3,500억 달러 규모의 감세 계획안의 시행을 늦추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다시 세금을 올리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지지층인 중소 사업가와 군인 가족 등 5,0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부시 대통령은 “세금 인상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민주당의 엉터리 경제학에 도전하겠다”며 “내 생전에는 그들이 결코 세금을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노동자와 기업인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6년 이래 최고를 기록한 5.8%의 실업률을 거론하면서 “감세와 실업수당 보조금액 확대만이 경기활성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는 또 이날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도 “상원의 일부 인사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경제가 조만간 저절로 나아질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민주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부시는 7일 워싱턴으로 귀임하는 즉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회동해 경기 부양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4일 “감세를 골자로 한 부시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은 심각한 재정적자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면서 고용 창출기업에 감세혜택을 집중하되 감면 기간 단축 등을 주 내용으로 한 경기부양책 대안을 제시했다.
바이런 도건(노스 다코타) 상원의원도 5일 민주당의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현재 필요한 것은 건전재정 등을 감안한 책임 있는 경기 부양안 인데도 공화당은 부유층과 대기업들을 겨냥한 세금 감면이라는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부시가 연초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와중에도 이처럼 ‘경제전쟁’에 나선 것은 1991년 걸프전에서 승리하고도 경기침체로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선거 전략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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