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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明과 暗] (4)체임 중소직원 金씨 "13개월째 한푼도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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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明과 暗] (4)체임 중소직원 金씨 "13개월째 한푼도 못 받아"

입력
2002.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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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새벽밥 해 준 아내에게 미안할 뿐입니다.”컴퓨터 주변기기를 만드는 중소기업(서울 영등포구)에 다니는 김모(30)씨의새해는 한숨으로 시작됐다.

지난 십 수개월 동안 별 보고 출퇴근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돈 한 푼 가져다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얼마 전에는 ‘고생한다’고위로하는 아내에게 되려 화를 내고 말았다.

“(임금 체불이)벌써 13개월째예요. 남아있는 동료 10여명도 같은처지예요.” 직원 50여명의 건실한 중소기업이었던 김씨의 회사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말부터.

지난해 중반에는 미국 수출길이 뚫려 재기할수 있다는 희망에 잠시 들뜨기도 했지만, 9ㆍ11테러로 미국 바이어와의 계약이 모두 무산돼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수출길만 열리면 그간 밀린 임금에 상여금까지 듬뿍 주겠다’ ‘우린한 식구다’라며 직원들을 다독이던 사장은 회사가 도산 위기에 처하자 자취를 감춰 행방조차 묘연한 상태다.

대전에서 전문대 졸업 후 상경해 2000년초 입사할 때 회사측이 제시한 연봉은 2,000만원. 하지만 월급이 제대로 나온 것은 8개월에 불과했다.

5년 연애 끝에 지난해 결혼한 아내와 3개월 된 딸 아이를 바라보면 김씨는 가슴이 찢어진다.

“경기가 풀린다 해도 중소기업 사정이 나아지기까지는 한참이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김씨는 조만간 대전의 부모님 집으로 내려갈생각이다.

“부모님께 얹혀 살면서 세 식구가 살아갈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라고 말하는 김씨의 눈동자에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만이 가득했다.

■대기업 계열사 李씨 "성과급 1,000% 준대요"

"돈잔치 비난우려해 회사서 입조심 시켜"

“연초부터 잔치 분위기입니다.”

국내 모 대기업 계열 금융업체에 다니는 이모(30)씨는 요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새해 벽두부터 자신이 속한 부서의 성과급 지급액이 사내에서 최고가 될 것이라는 즐거운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고과 평가가 끝나는 다음달 중 지급될 성과급이 적어도 기본급 1,000%는 될 것”이라며 “국민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으로 돈잔치 한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회사에서는 ‘보안을 지키라’고 입조심까지 시키고 있다”고 귀띔했다.

동료들은 성과급이 나오면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가겠다거나 집을 늘리겠다고 들떠 있지만, 이씨는 일단 결혼에 대비해 저축해 둘 계획이다.

“경기침체도 사람 나름인 것 같아요.”서울의 명문대 출신인 이씨는 최악의 실업난 속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번듯한 대기업에 취업했고, 입사 후에도 거르지 않고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었다.

입사동기들 중에서도 운이 매우 좋은 편이다.

“성과가 좋지 않은 계열사에 근무하는 (그룹 공채)동기들은 올해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 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요.”

이씨는 자신의 현재 상황이 그만큼 노력한 대가라고 강조한다. “휴일도없이 열심히 일했고, 밤 11시 이전에는 퇴근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지난해에는 여름휴가도 못 갔어요.”이씨에게서 경기침체의 우울한 그늘은 한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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