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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韓 안의 예절-日 밖의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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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韓 안의 예절-日 밖의 예절

입력
2002.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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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다보니 일본을 여행할 기회도 자주 생기는데 여행을 하면서 양국 국민의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깜짝 놀란다.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역사적 교류도 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문화적 우열을 비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짜증을 느끼는 사소한 문제들이 일본에서는 매우 부드럽게 처리된다.

양국 모두 좁은 국토에 많은 수의 국민이 산다. 내가 한국인들에게 "타인을 배려하는 예의가 부족할 때가 있다"고 지적하면, 흔히 한국이 '작은 나라'임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유사한 환경의 일본에서는 왜 전혀 다른 문화가 형성됐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일본인들은 사회적 예절과 관습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 같다. 또 빠르고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체계에도 감동을 받았다.

거리에서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도로나 빌딩위치도 가능한 한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더 사교성이 있다거나 사회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최소한 집 바깥에서 해야 할 그들의 의무에 대해서는 훨씬 더 집착한다.

이들은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습관화 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마음속에서 우러난 것인지, 획일을 강요하던 군국주의 역사의 산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반면 한국인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면 타인에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 직장동료나 친구 등에게는 오히려 매우 사려가 깊다. 문제는 이러한 마음 씀씀이가 길 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나, 다른 나라와 축구경기를 치를 때 보여주는 '국민적'열정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공동체적 열정, 책임감, 긍지에도 불구하고 '시민적'열정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세련된' 예절과 비교하면 한국의거리는 간혹 '거친 서부'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 근심스러운 것은 이런 '시민의식의 부재'에 기성세대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쓰레기를 거리에 버리는 것을 꾸짖는 어른을 찾아보기 힘들고, 남자친구가 거리에 침을 뱉을 때 이를 제지하는 여자친구를 본적이 없다.

시민의식이 부족한 남자친구를 왜 여자친구가 좋아할까? 나 역시 여학생들이 거리에서 침을 뱉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또 무리를 지어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뒷사람이 길을 돌아가게 만드는 학생들, 뒷사람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문을 쾅쾅 닫아버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간혹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기 전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다.

전철을 갈아탈 때도 열차에서 막 내려 이동하려는데 다른 통로에서 하차한 승객들이 무더기로 몰려와 이들을 헤치고 걷느라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열차에서 내려 환승통로까지 호젓하게 걸어가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가끔씩 시민으로서 모범을 보이는 행동을 하거나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한국인을 보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본이 결코 한국보다 훌륭한 나라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일본인들은 공공장소에 있을 때 주변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반면 한국인들은 집안이나 친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예절이 바르다.

새해부터는 한국인들이 좀더 타인을 배려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매튜 스틸·호주인·성균관대 정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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