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있다. 이것보다 분명한 사실은 없다." 앙리 베르그송의 말이다.1907년 '창조적 진화'를 써 일약 '생의 철학자'로 불리게 된 그의 철학적 토대가 되는 명제다.
양차 세계 대전을 겪고 미국의 테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보복을 보면서 인류는 스스로의 창조적 진화를 믿을 수 없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살아있다' 라는 전제처럼 자명한 것은 없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어제까지 먹은 밥은 아무 소용도 없다. 어제의 밥은 이미 부패했다.. 밥은 늘 지금이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올 밥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먹기 위해서는 다른 사물이나 다른 사람들과 관계짓기를 해야한다.
농부는 씨앗과 묘목을 사와야 하고 키워야 하고 작물을 팔아야 한다.
직장인은 조직 속에서 조직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기업은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생존한다. '관계짓기'는 생존 그 자체를 의미한다.
관계짓기는 '나'와 '그들'을 '우리'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나를 이해하고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공감적이며 또 그 차이를 수용함으로써 '우리'가 된다. 문제는 이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나의 욕망을 이루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욕망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여가도 중요하다.
당장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품격과 우아함도 중요하다. 돈과 명예도 중요하지만 내 삶의 보람과 의미가 없다면 공허하다.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나'와 '그들' 사이의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 그래서 삶은 경영이 필요하다.
개인의 자기 경영의 목적은 즐겁고 행복한 삶 그 자체이다. 돈, 명예, 권력 같은 세속적 성공은 경영의 결과적 부산물이다.
자기경영의 바탕은 결과를 목적과 혼동하지 않는 깨달음과 그것을 지키겠다는 의지로부터 비롯된다.
자기 경영은 관계의 학문이며 중간 문화다. 자기경영은 밤하늘의 별에 매료되지만 철학자 탈레스처럼 별을 보다 웅덩이에 빠지지는 것을 경계한다.
동시에 먹고 사는 '발밑의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해 삶을 전부 소진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자기경영의 고전적 사례가 바로 공자의 사상이다. 유학은 가장 멋진 고품격 처세술의 진수를 보여 준다.
수신(修身)은 결국 가정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다스리기 위한 토대가 된다. 그것은 이상적 현실주의이며, 현실적 이상주의다.
두 개념의 농도와 명암의 균형을 잡아가는 천칭이 바로 자기경영이다. 다만 세월이 바뀌었으니 균형과 조화의 내용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공자가 죽어야 할 필요도 없고 살아야 할 필요도 없다.
공자뿐 아니라 모든 가치 있는 선각자들의 사상과 사례를 나의 개인적 경험의 세계 속으로 불러들여, 오늘과 내일에 맞는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 다시 나에게 적용하는 것이 바로 훌륭한 자기 경영이다.
자기경영의 핵심은 3가지다.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어떤 기질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발견하는 것이 급선무다.
자기경영은 그러므로 자신의 내면에서 빛과 힘을 찾아내는 자기 발견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 자신의 잠재력과 강점을 개발해야 한다. 배우고 닦고 익혀가는 자기수련은 자기경영의 기본적 토양이다.
매일 쉬지않는 것이 성공의 비법이다. 마지막으로 자기경영은 자기창조로 완성된다.
자신을 재료로 유일한 삶을 만들어 냄으로써 세상에 대한 자기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자기경영은 결국 자신의 역사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총체적인 전략과 실천 과정이다.
●약력
▲1953년 충남 공주생
▲서강대 역사학과/경영대학원 ▲1995~2000년 한국IBM경영혁신담당
▲저서:'익숙한 것과의 결별','낯선 곳에서의 아침'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등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
bhgoo@bhgo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