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5명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세계 헌정사에 유래가 없는 기록이다.외채의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일자리 1백만 개를 만들겠다는 로드리게스 사대통령은 겨우 1주일 만에 물러났다.
조그만 시골주지사가 2개월 짜리 대통령으로 만족하지 않고 과욕을 부리자, 큰 주의주지사들이 밀어내어 버렸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페론당의 14명으로 구성된 '주지사 클럽'에서 주요한 사항들이 결정되고 있다. 19세기의 정치판으로 후퇴했다고나 할까. 냄비시위가 세 번째 재현되자, 정치권도 공멸을 두려워하여 낡은 인물인 에두아르도 두알데를 소방수로 투입해 잔여 임기를 채우도록 했다.
두알데는 메넴 대통령 시절에 부통령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지사를 지냈다가, 1999년 선거에서 라디칼당의 데 라루아에게 참패를 한 페론당 최후의 카우디요 정치인이다.
정치적인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연합을 이끌어내는 데는 탁월한 기량을 자랑하지만, 그가 주지사를 역임한 시절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의재정은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기피인물 오인방에 들어가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데 라 루아, 알폰신, 메넴, 그리고 두알데 순서였지만, 정치권은 이 난국을 이끌어갈 신망있는 인물을 찾을 수 없었기에 조정능력이 탁월한 그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불타는 집을 일단 진화할 소방수 역할이다. 권력투쟁은 2003년 말의 선거를 두고 계속 진행될 것이다.
새로운 경제정책안을 받은 의회는 현재 이를 심의하고 있고 곧 행정부에 특별권력을 부여할 예정이다.
태환법 체제는 이미 죽었지만 사망진단서만 발부되지 않았을 뿐이다.
약 40% 가량의 평가절하 조치가 뒤따른다고 한다. 이미 달러의 암시장거래가 1.4 페소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물건 가격도 나라 전역에 20-30% 씩 뛰고있고, 의약품은 사재기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달러로 되어있는 채무의 80% 가량도 부분적으로 페소화될 것이다. 일단 10만 달러 미만의 채무자에게만 페소화가 적용되리라고 한다.
아울러 서비스요금도 페소화될 예정이지만, 전력, 전화등의 독과점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스페인, 미국 등)들은 요금의 40% 인상을 위해서 열심히 로비 중에있다.
심지어 스페인수상 아스나르가 대통령에게 전화를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예금에 대한 부분적인 동결령은 조만간 풀리지 않으리라고 한다. 국민 다수의불만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이번 조치를 두고 1월 4일두알데 대통령은 이렇게 평가했다.
정치권과 금융부문의 밀월관계는 끝났다고. '금융천국'을 만들었던 메넴 대통령의 유산과는 확실히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제부터는 "생산 공동체가 지배를 해야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제조업연합(UIA)협회장인 멘디구렌을 신설한 생산부 장관으로 등용했다. 고용창출을 위해서 내수산업 재건에 힘을 쏟겠다는 사인이기도 하다.
평가절하 조치는 일단 수출업계에 큰 도움을 줄것이다.
그렇지만 일시적으로 조정국면에서 고인플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어려움도 겪게될 것이다.
현재의 아르헨티나 상황은 누구라도 진화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제불안은 2-3년 정도 계속될 것이다.
과도한 외채, 누적된 재정적자, 중앙과 지방의 갈등, 20%의 실업율,40%의 빈곤층‥.
누가 이 많은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겠는가? 개방경제의 예찬자이든 비판자이든 아르헨티나 사태는우리에게 매우 귀중한 사례이고, 그 실패의 경험을 면밀하게 연구해서 반면교사로 활용해야만 할것이다.
제발 페론주의나 노조나 에비타가 문제라는 낡은 가락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성형 세종연구소 초빙연구원(중남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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