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 붙어있던 자금시장에선 순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연말 대란설’에 이어 ‘1월 대란설’까지 꼬리를 물었지만 연초부터 경기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타면서 기우(杞憂)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하지만 자금시장에 완연한 봄기운이 돌기 위해서는 1ㆍ4분기가 고비. 채권값 하락, 회사채 신속인수종료, 만기 투기채 집중 등 이른바 ‘트리플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마지막 고비가 될 전망이다.
■자금시장 혹한 풀리나
지난 해 9월부터 시작된 회사채 순상환 기조는 연말까지 계속 규모를 키워갔다.
9월8,076억원, 10월 2조4,123억원, 11월 2조3,187억원, 12월 2조5,425억원 등 4개월 동안 무려 8조원 이상의 순상환이 이뤄졌다. 회사채 신규 발행보다 상환 규모가 8조원 이상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새해 들어 곳곳에서 자금시장 선순환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경기 조기회복 기대와 함께 ‘1월 랠리’양상을 띠고 있는 주식시장의 활황세.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權純旴)수석연구위원은 “증시 활황이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유상증자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용이해진다”며 “일부 한계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들이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 회복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경우 기업들의 설비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금시장에 윤활유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금 시장의 최대 고비로 여겨졌던 지난 연말을 별다른 진통없이 무사히 통과했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지난 해 하반기에만 32조원의 만기 회사채가집중 도래하면서 연말 위기설을 부추겼지만 프라이머리CBO 확대 등의 조치로 무사히 넘긴 만큼 충분한 내성을 키웠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트리플 악재 견뎌낼까
이 같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최대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진단한다. 자금시장의 악재 역시 만만찮아 1ㆍ4분기가 마지막 고비가 될 수 있다는 것.
우선 이 기간에 ‘BBB-’급이하 회사채 3조원 가량을 포함해 8조5,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다는 것이 커다란 부담 요인.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 22조8,000억원의35%에 달한다.
특히 K, D, H 등 중견그룹은 지난 해 연말부터 위기설이 솔솔 나돌고 있어 앞날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저금리 기조 탈피 조짐도자금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LG투자증권은 올해 국고채 3년 평균 유통수익률을 지난 해(연 5.7%)보다 1.1%포인트 높은 6.8%로 전망했다.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채권값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
채권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기관들이 ‘저점 매수’를 노리며 회사채 인수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라는 시장의 방패막도 사라졌다. 신속인수 대상 6개 기업 중 구조조정촉진법 적용을 받지 않은 현대상선과 성신양회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특히 현대상선의 경우 올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이 회사채 1조3,000억원을 포함해 무려 2조7,000억원에 달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LG투자증권 윤항진(尹恒鎭)채권애널리스트는 “관건은 경기 회복시기가 얼마나 앞당겨 지느냐에 있다”며 “바닥을 다지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불확실성과 함께 자금시장의 어려움이 노출되겠지만 회복이 빨라질 경우 1ㆍ4분기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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