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1월5일 자정을 기해 전국에 야간통행 금지가 해제됐다.이로써1945년 미군이 남한을 점령한 이래 처음으로 한국인들은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사이에도 집 밖으로 나다닐 수 있게 됐다.
그 전까지 이 시간대에거리를 걸을 수 있는 일반인들은 충청북도와 제주도 사람들 뿐이었다.
한 해에 두 번, 12월24일 자정부터 크리스마스날 오전 4시까지와 12월31일 자정부터 새해 첫날 오전4시까지는 야간통행 금지가 해제되었다.
미군정청이 처음 시행한 야간통행금지는 그 뒤 정권들도 남북 대치 상황을 이유로 계속 이어받았다.
전시가 아닌 평시의 야간통행 금지는 시민적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할 만했으나, 한국인들은 그것이 시행된 37년 동안점점 거기 무감각해지고 있었다.
그 시절 밤 11시가 되면 거리는 막차나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술집들도 밤 11시에서11시30분 사이에는 어김없이 문을 닫았다.
자정이 넘으면 도시는 죽은 듯 고요했다. 이런 비정상적 규율을 없앤 것이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폭압적인 정권이었던 전두환 정부였다는 사실은 얄궂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서울은 예컨대 동대문 근처의 상가에서 보듯 24시간 깨어있는 도시가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생동감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는 독일 점령기의 파리를 ‘야간통행금지’라는시로 은유한 바 있다.
“어쩌란 말인가 문은 감시받고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우리는 갇혀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거리는 차단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정복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굶주려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우리는 무장해제 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밤이 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서로 사랑했는데.”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