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7월21일 프랑스월드컵 한국의 조 예선 2차전. 상대는 거스 히딩크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로 한국은 0_5의 참패를 맛보았지만 19세 약관스타 이동국의 탄생이라는 소득을 얻었다.기회를 엿보며 어슬렁거리다가 먹이를 낚아채는 사자 같은 플레이로 골을 넣어 이동국은‘라이언킹’이란 별명을 얻고 차세대 스트라이커 자리를 예약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금 이동국은 조국에서 열리는 2002월드컵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뚜렷이잡지 못한데다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 안정환 설기현 등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경쟁에서 살아 남을자신이 있다. 본선에서 첫 골을 넣겠다”며 각오를 다진다. 하지만 지금 처한 상황은 그리 여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표팀서 탈락하는 등 수모를 겪으며 A매치 6경기서 1골만 기록했다.또 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오른 무릎 인대를 다쳐 2주째 재활치료중이다.
8일 출국하는 대표팀 멤버로서 18일 개막되는 북중미 골드컵은 그에게 어쩌면 마지막 기회. 반드시 진가를 입증,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이에 대해 “그동안히딩크 감독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됐다”며 “부지런히 뛴다면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도 충분히 내 몫을 할 수 있다”고장담한다.
현재 이동국의 가장 큰 문제는 육체적ㆍ정신적 피로감이다. 지난 해 독일 분데스리가베르더 브레멘에 진출했지만 기량을 인정받지 못하고 되돌아 온데다 병역비리 파문에 휘말려 마음고생이 심했다.
국내 프로무대서도 17경기 3득점으로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당연히 ‘득점력이 떨어졌다’, ‘노력을 안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골결정력은 있지만 돌파력이 부족하고 히딩크 감독이 지향하는 쉴새 없이 뛰는축구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동국은 “유럽무대를 경험해보니 최전방 공격수도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요즘 나와 호흡이 가장 잘 맞는 황선홍 선배의 조언으로 정신적 안정을 찾고 있다”며 조만간 본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이동국은 올 해를 재도약 기회로 삼을 각오이다. 98년 대회 때보다 더 강한 팀과 만나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때와는 다르다. 모든 팬들이 한국 팀 경기를 보러 올 것이고 큰 경기에 주눅만 들지 않는다면 해볼만하다. 반드시본선 무대에서 첫 골을 뽑아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전문가 조언(최순호 포항스틸러스감독)
= 지난해 겪은 여러 가지 일들로 이동국은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이다. 부상으로 체력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지구력 등 이동국의 기본체력에 큰 문제는 없다.
단 스트라이커로 살아 남으려면 순간 스피드를 높이고 볼관리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 두 번째 월드컵 출전이니만큼 본인도남다른 각오를 갖고 훈련에 나서야 한다. 정신적 안정이 급선무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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