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을 비롯한 국내 기관 투자가들이 4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는 가운데 외국인까지가세, 쌍끌이 장세가 펼쳐지며 지수는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자 “1999년 초반과 같은 기관 주도의 수급장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있다. 하지만 “지수가 쫓기듯 단기 급등했다”며 과열을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않아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기관 4일째 이례적 순매수
3일 종합주가지수는 2.71포인트(0.37%) 상승한 727.66으로 마감됐다.미국 공급관리협회(ISMㆍ옛 전미 구매관리자협회 NAPM) 제조업 지수가 2개월째 증가한 데 힘입어 미 증시의 3대 지수가 상승한 데다가 반도체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된 것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최근 지수 급등의 견인차는 재료보다 수급. 대우증권 이종우 팀장은 “지난 9월말 이후 외국인이 3조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하는 동안 기관은 줄곧 순매도로 일관했다”며“그러나 지수가 저점 대비 50% 이상 급등하자 기관들은 주식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됐고 이러한 욕구가 기관들의 순매수로 표출되며 지수를 땡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원래 외국인이 지수변곡점에서 먼저 투자하고 나면 기관이 바통을 이어 받아 기관장이 펼쳐진 뒤 맨 마지막에 개인들이 들어오곤 한다”며 “지난해 9월 말 이후 외국인이 장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기관이 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말했다.
■얼마나 살까?
실제로 지난달 주식형 수익증권의 잔고는 6,000억원 가까이 증가, 기관의 매수여력이 다소 나아졌다. 그러나 기관이 장을 주도하려면 투신권의 간접투자상품으로 돈이 몰려야하는데 아직 이러한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대한투신운용이기웅 본부장은 “조심스레 주식 편입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본격적인 기관 장세라고말하긴 이르다”며 “다만 돈이 들어오면 주식을 더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도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는바람에 지수와 5일 평균이동선과의 거리가 너무 벌어진 것.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에도 개인들이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개인들은이미 조정에 대비, 현금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 외국인도 기관들의 순매수에 동참한 것이 아니라 미 증시의 움직임에 연동하고있을 뿐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를 추세적 흐름으로 이해하긴 힘들다는 얘기다.
■증권주로 순환매 주목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현금을 확보한 개인들의 매수세가 과연 어디로 갈 지에모아진다. 교보증권 임노중 연구원은 “반도체주가 꺾인다면 그 다음엔 실적호전과 구조조정 기대감이 큰 증권주로 매기가 몰릴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팀장도 “이젠 반도체주보다는증권주와 중소형주에 관심을 돌릴 때”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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